“제일 큰 문제가 밤에 화장실 가는 거에요. 방에서 밖으로 나와 ‘푸세식’ 변소를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 2명이 가야할 때는 제가 나가 서 있다가 같이 들어와요. 아이들이 무서워하니까요.”
사단법인과 공기관이 손잡고 낡은 기초생활수급 주택을 ‘확’ 고치는 집수리 봉사 활동에 나섰다. 한만희 아름다운주택(아가)포럼 공동대표(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동렬 충청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회원, 건설 사회적기업 등 40여명은 3일 경북 김천시 대항면 덕전3길 직지사역 인근 장정옥씨(68) 노후 단독주택을 고치는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장정옥씨 내외와 아들, 손주 등 다섯 식구가 방 두칸에서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다. 2015년 3월 화재가 났지만 공사 범위가 커 정부가 100만~300만원가량 지원하는 현물급여 사업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집수리를 하지 못했다.
이날 집고치기 봉사 덕분에 낡은 집이 새 집처럼 달라졌다. 곰팡이가 심하게 핀 방 2칸과 거실은 합지 도배와 새 장판으로 교체했다. 겨울철 소백산 칼바람도 끄떡없이 막아줄 방풍형 펜스와 대문도 설치했다. 상수도가 없어서 우물을 끌어올리는 펌프를 보온덮개로 겹겹이 덮어놓은 것을 치우고 샌드위치 패널로 새단장하고 마당도 조성했다.
재래식 화장실을 정화조가 딸린 수세식으로 바꾸는 게 가장 만족도가 큰 변화였다.할머니 손에 크는 초등학생 두 손주가 밤이면 화장실 공포가 적지 않아서다. 또 두 초등생만의 공간인 작은 공부방이 새로 마련됐고 학용품 전달까지 이루어져 봉사를 넘어 나눔의 주거복지와 건강한 공동체 주거문화의 의미까지 더했다.
한만희 공동대표는 “공기업과 시민단체, 봉사자들이 손을 맞대고 낡은 집을 고치는 노력이 품격 있는 국토와 아름다운 주택을 만드는 일”이라고 평가했다.이동렬 충청본부장은 “철로변 낡은 주택을 새롭게 고치고 한참 밝게 자라라야 할 어린이에게 공부방까지 꾸며 마음이 뿌듯하다”며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사업이고 입주민 만족이 큰 만큼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