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리즘] 대형법인만 예뻐한 감정평가사협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개발사업의 평가업무를 대형 감정평가법인에 과도하게 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중소감정평가협의회는 2013년 이후 4년여간 시·도지사 추천 평가물건이 대형 감정평가법인 위주로 분배됐다고 주장했다. 시·도지사는 개발사업 등을 할 때 감정평가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광역단체는 배정 기준을 제시하고 추천을 협회에 일임하고 있다. 협회는 그동안 임의로 전체 회원의 약 78%(2501명)인 13개 대형 평가법인에 기준을 초과해 배정했다. 그 결과 중소 평가법인은 80억여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평가법인이 반발하자 협회가 뒤늦게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데 나섰다. 하지만 대형 평가법인은 이를 막기 위해 협회장 지원비 중단 압력 등 실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협회는 대형 평가법인 위주로 주요 기준을 제정·운영해왔다. 전문 자격자 단체 중 홈페이지에서 대형·중소형·개인으로 회원사를 구분해놓고 있는 곳은 협회밖에 없다. 한 평가법인 관계자는 “협회는 중소 평가법인이 요구해온 업무 배정권과 감정평가정보 열람권, 징계권 등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대형 법인의 고질적인 갑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 평가법인 모임인 중소감정평가협의회는 국토교통부에 관련 내용을 신고하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시정을 요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소 평가법인의 피해 신고가 접수돼 내부적으로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