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과 미국 부동산투자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은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자리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회사가 송도국제도시의 핵심 시설인 국제업무단지 부지를 매입한 데 힘입어 지지부진하던 송도국제도시 개발이 정상궤도에 올랐다. 국제업무단지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571만㎡) 규모로, 포스코건설과 게일의 합작법인(지분 3 대 7)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개발을 맡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인터내셔널 간 분쟁으로 2년째 개발이 중단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모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인터내셔널 간 분쟁으로 2년째 개발이 중단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모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하지만 두 회사가 분쟁을 벌이면서 국제업무단지 개발이 2년째 중단된 데 이어 아직 개발에 들어가지 않은 부지 일부가 공매에 부쳐지는 일이 발생했다. 두 회사가 ‘동지’에서 ‘적’으로 갈라선 근본적인 이유는 개발이익과 비용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아파트용지 ‘패키지 4’ 매각 논란

게일과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4개 블록을 매각하는 작업을 제각각 하고 있다. ‘패키지 4’로 불리는 이 부지는 송도동 일대 F19·20·25·B2블록(총면적 10만6721㎡)이다. 합작법인 NSIC를 사실상 장악한 게일은 최근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이른바 ‘패키지 4’ 택지를 유한회사인 바른리얼에 매각했다. 매매대금이 4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개발 파트너 포스코건설-게일, 적으로 돌아선 사연
이에 맞서 포스코건설도 이달 4개 블록을 공매를 통해 매각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6월 NSIC의 금융권 대출금 약 36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사업부지 처분권을 확보했다. 양사의 갈등으로 사업 착수조차 못 하면서 수년째 이자만 불어나자 금융권이 대출금 회수에 나섰고, 포스코건설이 대출금을 대신 갚았다.

바른리얼 관계자는 “중도금과 잔금은 계약 기간인 11월 중 치를 예정이고 이르면 이달 납부도 가능하다”며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의 각종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부지 매입이 마무리된 뒤 기존 사업시행자인 NSIC와 공동 사업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바른리얼이 NSIC 이사회 승인을 받아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승인이나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신탁사 외엔 공매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소유권 분쟁이 심각해지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중재에 나섰다. 10일 인천경제청장이 주재한 첫 회의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매주 두 차례 합의안 도출을 위한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양사 간 감정의 골이 깊어 합의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2년째 멈춰선 국제업무단지 개발

양사가 송도 개발에 엇박자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미국 세무당국이 게일인터내셔널의 스탠 게일 회장에게 수천억원대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다. 게일은 “NSIC 공동 주주인 포스코건설이 세금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포스코건설은 “게일 회장의 개인적 문제여서 세금을 내면 배임에 해당한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 간 갈등이 업무상배임, 사기, 횡령 등 고소전으로 이어지면서 국제업무단지 개발은 2015년 7월 진행률 72%(완료 64%, 추진 중 8%) 상태에서 멈춰섰다.

게일은 국제업무단지 개발을 독자적으로 하기 위해 지난 7월 포스코건설과 NSIC의 사업대행사인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GIK)에 ‘송도개발 대행 협약 해지’ 통보를 했다.

포스코건설과 게일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7월 공사가 끝난 송도 문화복합단지(아트센터 인천) 개관도 늦춰지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준공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했지만 NSIC가 수개월째 준공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송도국제도시 잭 니클라우스 골프빌리지 조성사업과 제2 국제학교 설립 등도 표류하고 있다. NSIC가 시행해 다음달 입주 예정인 ‘송도 더샵 퍼스트파크’(2597가구)의 입주도 불투명하다.

양사를 바라보는 송도 주민의 시각은 곱지 않다. 양사가 주민을 위한 공원과 문화시설 등 공공사업은 뒷전인 채 아파트 건설에만 몰두하다 갈등을 빚으면서 피해를 보고 있어서다. 송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2000년 초 국제업무단지 매입 당시에 비해 땅값만 수십 배 올랐다”며 “그동안 수익을 많이 거둔 만큼 하루빨리 정상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수/설지연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