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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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증여세는 증여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즉 증여세는 수증자(受贈者)가 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자녀의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증여세를 부모가 대신 납부하면 증여세를 대납한 부분에 대해서 증여세가 다시 부과된다. 그래서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수증자의 증여세 재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을 증여할 때 현금도 같이 증여해야 한다. 증여세 재원인 현금은 많이 줘도 덜 줘도 안 된다. 납부할 증여세를 초과해서 현금을 증여하면 증여세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당초에 증여했던 부동산에 현금을 가산해 증여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누진세율 효과로 증여세의 부담은 가중된다. 또한 현금을 적게 증여해도 문제가 된다. 증여세 재원인 현금을 부족하게 증여하면 가산세를 포함해 증여세가 추가로 추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금은 정확하게 증여세에 상당하는 금액만큼 증여해야 한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세무조사 단계에서 증여세를 자력으로 납부했는지 확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경제력이 없는 손자에게 증여하려면 반드시 증여세 재원인 현금을 포함해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자녀에게 증여할 때보다 손자에게 증여할 때의 증여세 부담이 더 크다. 세대를 건너뛴 증여에 대해서는 본래의 증여세에 30%를 할증해 과세하기 때문이다.

수증자가 미성년자이고, 증여재산가액이 2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40%를 할증해 과세한다. 이런 상황에서 손자에게 부동산과 증여세 재원인 현금을 동시에 증여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증여세는 30~40% 할증돼 계산된다. 그래서 손자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때 증여세 재원은 당초에 증여한 할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증여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부동산은 할아버지에게서 증여받고, 부동산에 대한 증여세 재원은 부모에게서 증여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증여세는 증여 시점부터 소급해 10년 이내에 동일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을 합산해 계산한다. 증여자가 동일인이 아니면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거주자인 홍길동 씨가 할아버지로부터 증여받고 1년 뒤 아버지로부터 1억원을 받으면, 증여세는 각자 별도로 계산한다.

동일인이 아니라도 합산하는 예외적인 사례가 있다. 증여한 사람이 직계존속이면 그 배우자는 동일인으로 판단하고 합산한다. 과거 10년 이내에 아버지가 증여한 것과 어머니가 증여한 것은 합산하고, 할아버지가 증여한 것과 할머니가 증여한 것은 합산한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증여한 것 역시 합산한다.

부동산과 같은 현물을 경제력이 없는 손자에게 증여하더라도 증여세 재원은 할아버지가 아닌 부모가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할아버지가 증여한 부동산과 부모가 증여한 현금은 합산되지 않고 별도로 증여세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알짜 세무이야기 (25)] 자녀보다 손자에게 증여할 때 세부담 더 커

다만 증여재산 공제에는 영향을 받는다. 증여세를 계산할 때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으면 증여재산 공제 명목으로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증여재산 공제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은 10년을 기준으로 직계존속을 통산해 공제한다.

할아버지로부터 증여받으면서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사용했다면, 그 이후 10년 동안 모든 직계존속에 대한 증여재산공제는 받을 수 없다.

원종훈 <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