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개관 첫 날 집객 모습. 현대산업개발 제공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개관 첫 날 집객 모습. 현대산업개발 제공
분양 시장에 때 아닌 ‘로또 열풍’이 불고 있다.

강남 신규 분양 단지가 잇달아 주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공급되면서 수억원 대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압박이 계속되는 한 ‘로또’ 청약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분양을 내년으로 미루며 ‘로또’ 청약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지난 15일 개관한 서초센트럴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는 오픈 2시간 만에 25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 아파트는 앞서 공급된 ‘신반포센트럴자이’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에 이은 세번째 로또 아파트로 불린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 당 평균 3220만원 정도다.

HUG가 강남권 신규 단지의 사업장의 분양가를 주변 분양가의 110% 수준으로 제한함에 따라 분양가는 2014년 공급된 ‘힐스테이트 서리풀’(3.3㎡ 당 2930만원)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현재 3.3㎡ 당 4250만원인 ‘힐스테이트 서리풀’의 시세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청약 당첨자는 전용 80㎡ 기준 2억5000만원의 차익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로또’ 청약 열풍이 시작된 것은 GS건설이 올해 초 ‘신반포센트럴자이’를 공급하면서부터다. HUG가 사실상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이 단지는 주변 단지 대비 최고 4억원 수준의 시세 차익이 예상됐다. ‘당첨되는 즉시 로또나 다름없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이 단지는 청약에서 평균 1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올해 수도권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일주일 차로 공급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역시 분양가가 당초 예상보다 3.3㎡ 당 300만원 가량 낮게 책정되면서 로또 청약 행렬에 동참했다. 당첨되면 2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이 남을 거란 인식이 형성되면서 이 단지 역시 최고 234대 1, 평균 4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HUG 분양가 인하 압박이 계속되는 한 연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강남 분양 단지들의 ‘로또’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개포주공8단지’ , ‘래미안서초우성1’,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 등이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서 연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오는 12월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개포주공 8단지’의 경우, HUG의 분양보증 상한은 3.3㎡ 당 4103만원이다. 같은 일원동에서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루체하임’ 분양가(3.3㎡ 당 3730만원)에 110%를 적용한 계산이다. ‘래미안루체하임’ 현재 분양권 시세 3.3㎡ 당 4800만원과 비교하면 전용 84㎡ 기준 2억~3억원의 차이가 난다. 당첨되면 그 만큼의 차익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강남 분양 시장에 부는 ‘로또’ 바람이 청약자들 입장에서는 ‘로또’일지 모르지만 조합원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재건축 사업은 일반분양 수익으로 비용을 보전하는 구조인 만큼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조합원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계획했던 분양을 내년으로 미루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올해 11월 분양을 예정했던 ‘청담삼익’의 경우 내년으로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HUG의 분양가 압박 움직임에 8·2 대책 후속조치로 분양가 상한제 부활이 예고되면서 눈치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 재건축 위주로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게 조정되면서 '로또' 청약 열풍이 불고 있다"면서 "향후 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단지들도 공격적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기 어려워진 만큼 청약 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