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동 등 집값 천정부지…전세 시민 "내 집 마련 청신호"
업계·행정당국 "부동산 시장 위축하면 지역 경기에 불똥"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투기 진정" vs "경기 침체 우려"
대구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자 부동산업계와 행정당국은 투기세력 등에 따른 과도한 열기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수성구에서 전세로 사는 시민은 내 집 마련 기회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위축하면 건설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수성구는 8·2 대책이 나온 지난달 풍선효과 등으로 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1.41%로 분당(2.10%)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추진 활성화로 집값이 불안하다고 지목한 범어동은 얼마 전 자율형 사립고인 경신고등학교가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자 주위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수성구에서는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분양권 전매제한 등 조치가 따른다.

범어동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범어동 선호 지역은 최근 두 달 새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지금 매물 자체가 없어 거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며 "이번 조치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황금동에 업소를 둔 부동산 중개사는 "대구는 부동산 경기에 의존하는 부분이 커서 앞으로 부동산 열기가 꺾이게 되면 전체 지역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수성구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지역은 37곳에 이른다.

재건축이 시행 중이 6곳이고 조합인가가 난 것이 7곳,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거나 앞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지역이 24곳이다.

수년 전 경기 침체로 주춤했던 재개발 분위기가 최근 되살아난 곳도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수성구는 북구, 서구보다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며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정비사업이 영향받는 곳이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수성구 일부 지역 아파트 과열이 있었으나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며 "대출규제나 분양권 전매제한으로 투기세력을 떨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수성구는 아파트 분양시장 과열과 관련해 실제 거래금액보다 적게 적는 다운계약서 작성 등 위법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최근 분양한 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매 실거래가 신고자료를 조사하는 중이다.

동구 신암동에 사는 이모(47)씨는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데 대한 상식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수성구에만 조치를 제한함으로써 전체 지역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범어동에 사는 박모(48·여)씨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수성구 집값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내 집 마련 기회로 보고 동향을 살펴봐야겠다"고 했다.

대구시는 "이번 조치로 투기 세력은 잡을 수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은 물론 재건축·재개발 시장 위축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원활한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행정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