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 "집값 상승세 꺾이겠지만 전셋값 상승 가능성"

정부가 5일 추가로 발표한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주민들과 부동산 업계는 "어느 정도 예견된 조치"라면서도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의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에 포함되지 않아 '풍선효과'가 기대됐던 분당은 이번 8·2 대책 후속 조치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는 것은 물론 거래마저 완전히 끊겨 지역 부동산시장 위축을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8·2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를 발표하고 분당과 대구 수성구를 6일 자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예상했지만 거래절벽 어떡하나"… 분당 주민 '당혹'
이들 지역은 8·2 대책 이후에도 집값 과열이 진정되지 않아 투기수요의 '풍선효과'가 발생한 곳으로 지목돼 정부가 서둘러 추가 규제에 나선 것이다.

이달 초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분당 아파트값은 0.74%, 판교는 0.64% 올랐다.

이는 수도권 신도시 평균 상승률(0.34%)의 2배 수준이다.

다만 8·2 대책의 영향으로 7월(1.19%)에 비해 오름폭이 다소 둔화했다.

판교 지역인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39㎡는 8·2 대책 발표 전 16억원보다 7천만원 오른 16억7천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신 전용면적 84㎡는 8·2 대책 발표 전 7억8천만원보다 2천만원 오른 8억1천만원 선에 팔리기도 했다.

이처럼 분당의 아파트값은 호가가 대책 이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일부 올랐지만, 전반적으로 거래는 뜸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내려가는 대출규제 등 19종의 규제가 가해진다.

당장 6일부터는 LTV·DTI 등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한편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며, 국회에 계류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이 개정되면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이나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 제출 등 규제가 추가된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8·2 대책 발표 후 거래가 관망세로 돌아섰는데 한 달 만에 분당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는 바람에 이젠 매매가 끊기는 '거래절벽'이 현실화해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당 구미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대책이 집값 상승세를 꺾는 효과는 있겠지만, 가격이 정체된 상태로 한동안 갈 것 같다"며 "한 달에 5∼6건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 대책 발표 후 1∼2건으로 줄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거래 위축을 염려했다.

이번 추가 대책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겨 서민에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미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가로 집값이 내리기를 기다리던 매수자들이 가격 정체가 한동안 이어지면 버티지 못하고 전세로 눈을 돌릴 텐데 그러면 전세수요가 늘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구미동 아파트 전셋값은 매매가의 75∼80% 수준인데 매매가에 근접한 90%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길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분당지회장은 "매도자들이 지난달 대책 이전 가격을 고수하거나 약간 올려 내놓고 있는데 호가를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격 정체 상태가 계속해서 이어져 이번 대책도 서민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대책의 충격이 시장에 흡수될 때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새 학기를 앞두고 이사 수요가 활발해지는 12월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분당의 한 주부는 "전세계약이 곧 끝나 집을 사려고 하는데 집값이 너무 오른 채 요지부동이라 망설이고 있다" "집값이 내려가지 않으면 또 전세로 알아봐야 하는데 전셋값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