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의 ‘신반포 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건축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대치동의 ‘신반포 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건축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층이든 2층이든 당첨만 되면 주변에 돈을 빌려서라도 무조건 계약해야죠. 3억~4억원은 예상되는 복권이잖아요?”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진통 끝에 1일 문을 연 서울 대치동의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은 6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방문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구당 분양가가 최하 10억원을 넘지만 주변 단지 시세보다 3.3㎡(평)당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청약 대기자가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고(高)분양가 책정에 제동을 걸자 청약시장이 ‘억대 로또판’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출 규제를 담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중산층의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 만큼 청약시장은 자금력 있는 부자들만의 리그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강남은 ‘금수저 투기판’

"당첨되면 웃돈 수억"… 첫날에만 6000명 몰려
이날 ‘신반포 센트럴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엔 개장 전 9시께 이미 100여 명의 방문객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당초 평일인 금요일 방문객을 2000여 명 정도로 예상했지만 이의 세 배 정도 되는 수요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8·2 대책 후 강남 지역에서 처음 분양하는 이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조건으로 분양가 인하를 요구해 3.3㎡당 평균 분양가가 당초 조합이 원하던 수준보다 400만~500만원가량 낮은 425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시세와 비교하면 3.3㎡당 최고 2000만원가량 낮고, ‘신반포자이’와 비교해도 10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입주 시점엔 시세가 주변 단지와 비슷해지며 웃돈만 3억~4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주부 정모씨(56·반포동)는 “당첨되면 20대 딸에게 넘겨주려 한다”며 “분양가가 시세보다 워낙 저렴하게 나와 증여세를 내고도 남는 장사로 본다”고 말했다. 잠원동에서 온 김모씨(48)도 “당첨되면 중도금 5·6차와 잔금은 직접 마련해야 할 텐데 지금 사는 집 전세 보증금을 빼서 자금을 조달하고 여건이 안 되면 다른 집에 월세로라도 들어갈 생각”이라며 “당첨되면 복권 그 자체인 강남 새 아파트가 이 정도 가격으로 나왔으니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전체 757가구 중 142가구만 일반분양되기 때문에 청약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청약가점제 비율은 면적에 따라 전용 59·84㎡ 주택이 75%, 전용 98~114㎡는 50%다. 나머지는 추첨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보다 부모가 마련해준 전셋집에 살거나 부모집에 얹혀사는 무늬만 무주택자인 ‘강남 금수저’가 청약에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GS건설은 일단 시공사 보증으로 신한은행과 협의해 중도금 40% 대출을 알선하기로 했다. 이자는 3.5% 선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가장 작은 평형도 최소 현금 7억원 이상 보유한 금수저만 분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도 기회가 확대되도록 은행 대출을 주선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같은 투기지구 내 주택담보대출을 낀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강북 분양시장은 한산

반면 같은 날 행당동에서 문을 연 ‘장안 태영 데시앙’ 모델하우스엔 900여 명이 방문해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분양 관계자는 “방문객 대다수가 동대문, 성북, 중랑구 등에서 온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라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은 40%까지 받을 수 있다. 서민·실수요자(무주택,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는 50%까지 가능하다. 태영건설 측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6회차 중도금 납부 일정을 기존보다 3개월 뒤로 미뤘다. 분양가는 3.3㎡당 1550만원 선이다.

이진형 태영건설 분양소장은 “전용 119㎡ 부분임대형은 세대 분리가 가능해 결혼한 자녀가 있는 부모, 노부모를 부양하고 싶은 중년층 등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설지연/김형규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