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은 저가매수 기회?…급매물 사들이는 자산가
2013년부터 갭(gap)투자를 하고 있는 전업투자자 장모씨(54)는 지난주 서울 노원구의 한 소형 아파트를 구매했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한 투자자가 급매로 내놓은 물건이다.

이미 소형 주택 9채와 오피스텔 등을 보유한 그는 “떨어진 호가보다 8000만원 가까이 싸게 나와 보지도 않고 거래했다”고 말했다. 인근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책 이후 노원구 일대 호가가 확 떨어지면서 일부 극성 투자자의 매수가 종종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양극화는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자금력이 약한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는 매입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여윳돈 많은 일부 투자자가 헐값에 ‘이삭 줍기’를 하고 있다. 요즘 집을 사는 이들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등에도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주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 당장 양도세 중과의 직접적인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주택 경매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책 후 평균 응찰자 수는 거의 반토막 났지만 가격은 비슷하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서울 주거시설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 7월(7.7명)보다 45% 줄어든 4.2명을 기록했다. 반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2.1%로 전월(96.7%)보다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자금력이 탄탄한 일부가 별다른 경쟁 없이 매물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일반 주택 수요자는 대출이 어려워진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력이 높은 주택임대관리업체 등이 편리하게 매물을 가져가는 사례도 늘었다. 소형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새 물건에 단독 입찰해 가져가는 것이다.

지난 30일 경기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에선 파주 야당동의 연면적 560㎡ 규모 다가구주택이 한 경매업체에 팔렸다. 이 업체는 단독 입찰로 감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에 물건을 샀다. 29일 서울 마포구의 전용 55㎡ 아파트도 주택임대업체에 팔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대부분 서민 실수요자가 자금 마련에 부담을 겪게 됐다”며 “시세가 하락하는 동안 현금 보유량이 많은 이들은 손쉽게 원하는 물건을 골라 살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