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관료들 사는 곳으로 이사 가자"
“다음에 집 살 땐 청와대 수석들이 사는 지역에 가야겠어요.”

정부 당국자들 거주 지역이 공교롭게도 부동산 규제를 벗어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 실세들이 사는 곳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한병도 정무비서관 등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모씨(28)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의도적으로 제외하진 않았겠지만 이런 우연의 일치가 어딨느냐”며 “더구나 집값 폭등이 우려되는 지역을 추가로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으면서 아직 이들 지역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분당 등 서울과 인접한 신도시들은 대책 발표 이후에도 매매가가 상승하는 등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당 아파트는 이달 3주간 0.81%의 매매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할 때 서면 심사 등 졸속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영향으로 집값 하락세를 겪고 있는 서울 노원구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특히 심하다. 일부 구민은 ‘노원구 투기지역 해제 구민 발족위원회’를 결성해 두 차례 집회를 열었다.

위원회 관계자는 “가격 상승률이나 평당 매매가를 살펴봤을 때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대신 노원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투기지역 철회를 위해 매주 토요일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사회수석이 소유한 경기 과천 별양동의 주공아파트가 어느 단지인지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수석이 최근 공개한 소유 아파트 면적은 82.96㎡다. 별양동에서 해당 면적이 있는 아파트는 주공4단지와 주공6단지다. 4단지는 재건축추진위원회 단계지만 6단지는 주민 이주 중이다. 김 수석은 전세로 살고 있다. 노원구 주민 임모씨(26)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설계한 김 수석이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만 초과이익환수를 피했다면 이는 ‘내로남불’의 전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