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에 매년 10조씩 쏟겠다더니… 내년 사업비 최대 5조 그쳐
국비 투입은 당초 31%에 불과
현장선 재원조달 의문 많았는데 17만 가구 임대주택 예산과 중복
"예산 투입이나 기금 융자 없이 지역 자립형 구조 만들어야"
국토교통부가 29일 발표한 내년 지출 기준 예산 편성안(주택도시기금 포함)에 따르면 넓은 의미의 도시재생 사업비는 총 2조2351억원이다. 일반·특별회계 가운데 지역 및 도시, 산업단지 개발 예산 1조3817억원과 주택도시기금 도시계정 8534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이는 매년 7조원(정부 예산 2조원·기금 5조원)의 국비를 투입하겠다는 당초 계획의 31%에 지나지 않는다. 기금 투입 규모는 당초 계획(5조원)의 17%에 불과하다. 다른 부처 정부 예산을 합쳐 예정대로 2조원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2조8534억원(2조+8534억)으로 7조원의 40%에 그친다.
정부는 임기 내 국비 7조원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관련 공기업 예산 3조원 등 매년 10조원씩 5년간 50조원을 들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공기업 예산 3조원이 모두 충당된다 해도 전체 도시재생 사업비는 내년분 국비(2조8534억원)를 합쳐 총 5조8534억원으로 매년 도시재생 사업 목표치인 10조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도시재생과 임대주택 간 예산 겹쳐
내년 도시재생 사업비가 정부 목표치와 차이가 큰 것은 임대주택 공급 예산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시재생과 별개로 매년 17만 가구, 5년간 85만 가구의 공적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 중복의 대표적 사례는 국토부가 지난달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전국 도심 청년층 공공임대주택 5만 가구 공급’이다. 이 5만 가구는 ‘85만 가구 공적 임대주택’에 포함되는 물량으로 △노후공공청사를 복합단지로 바꿔 공급하는 임대주택 2만 가구 △노후주택 리모델링 임대 1만 가구 △신혼부부·청년을 위한 매입임대 2만 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중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2만 가구 사업은 대표적인 도시재생 모델 중 하나다.
본지 분석 결과 주택도시기금이 이 사업에 공급할 임대주택 2만 가구(주택 기준) 건설비용은 약 2조459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청년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의 가구당 평균 규모 46.86㎡를 가정해서다.
임대주택 2만 가구 건설비(2조459억원) 가운데 30%(6137억원)는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다. 나머지 40%(8183억원)는 기금이 추후 이자를 붙여 회수하는 융자금이다. 30%는 입주자 보증금, LH 예산 등으로 충당한다. 결국 임대주택 건설비 중 기금이 담당하는 1조4320억원(6137억+8183억원)은 ‘50조 도시재생’ 뉴딜 재원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셈이다.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주택도시기금 구조상 임대주택 예산이 도시재생으로 잡힐 가능성이 애초부터 컸다”고 지적했다. 재개발 해제지 등 저층 주거지, 역세권 등에 도시재생 명목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 재원도 모두 이같이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금 구조상 중복 불가피
내년 주택도시기금 지출 구조를 봐도 임대주택과 도시재생 간 중복 여부가 여실히 드러난다. 기금은 주로 임대주택 출·융자와 주택 구매 또는 전세자금 융자가 대부분인 주택계정, 도시재생에 집중하는 도시계정으로 나뉜다. 주택계정은 22조9311억원, 도시계정은 8534억원으로 잡혔다.
주택계정의 53%에 달하는 12조2126억원이 임대주택 출·융자에 배정돼 있다. 매년 공적임대 17만 가구(공공임대 13만 가구, 공공지원임대 4만 가구) 건립에 소요되는 돈이다.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도시재생)과 같이 재원이 겹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 주택계정은 올해(21조577억원)보다 8.9%(1조8734억원) 늘었다. 임대주택 융자(8조8726억원)가 올해(5조2012억원)보다 71% 증가한 게 결정적이었다. 도시재생과 임대주택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증거다.
기금 도시계정 예산(8534억원)은 올해(650억원)의 13배가량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역시 주택계정 예산을 끌어왔다. 복합개발 시 사업 출·융자 자금으로 3448억원,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지원에 4500억원을 배정했다.
국토부는 또 내년 기금 도시계정 가운데 ‘수요자 중심형 도시재생’ 명목으로 470억원을 편성했다. 동네 맞춤형 공유일자리 창출, 주민 교육 등에 쓰이는 자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민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공유일자리 등 사회적 경제조직의 운영비는 예산 투입이나 기금 융자 없이 자체 임대 사업 등으로 충당하는 등 지역 자립형 구조를 마련해야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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