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의지·역량 따라 사업 성패

피츠버그시 닮은 거제·진해·포항
퇴직 인력, 산업 역군으로 키워야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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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성공 여부는 정치인의 인내심과 발로 뛰는 행동력에 달렸다.”

‘시티스케이프 코리아 2017’ 박람회장을 찾은 톰 머피 전 미국 피츠버그 시장(사진)은 행사 마지막 날인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의 의지와 능력’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시장 재임 시절 슬럼화된 도시인 피츠버그시를 성공적으로 재생해냈다. 유럽 중국 등 타 국가에서 도시 재생의 모범사례로 삼는 곳이다.

피츠버그시는 철강도시로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렸지만 1980년대 철강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50만 명이 도시를 떠났다. 머피 전 시장은 당선 직후 공적자금을 투입해 강변에 있는 600만여㎡의 공장 부지를 사들였고 10년간의 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건축자재 판매업체인 홈디포 경영진을 찾아갔다.

머피 전 시장은 “공동화된 도시에 점포를 내려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처음엔 반대했지만 수차례 찾아가서 설득하고 유대인 행사도 방문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홈디포의 공동창업자인 버니 마커스와 아서 블랭크가 모두 유대인 출신이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기업이 유치되자 근로자들이 이주하고 이들이 소비할 다른 점포도 생겨났다. 강변 인근에 사들인 부지엔 축구장, 박람회장 등 문화시설을 건설했다. 그는 “공공 자금을 투입하고 도시재생을 위해 증세한다고 했을 때 70%가 반대했다”며 “그러나 기업이 서서히 유치되자 시민의 마음도 누그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재생은 정치·행정가가 직접 발로 뛰며 행동에 옮겨야 성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자들과 행정가는 늘 극심한 갈등 상황에 있는데 이를 잘 봉합하는 것은 결국 정치인의 역량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조선·해양업 등의 침체로 공동화가 진행 중인 거제·진해·포항 등 남부 산업도시들에 대해서도 “피츠버그 사례와 비슷하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선업은 대단히 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해당 도시만의 장점을 찾아 퇴직 인력을 다음 산업의 역군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인력과 관련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서울 등 대도시의 낙후된 도시를 재생하려면 역사 유물을 보존해 문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푸둥이나 와이탄 지구 등은 중국의 다른 도시들처럼 난개발하지 않고 역사 유물을 보존하면서 성장했다”며 “이 도시들의 성공 케이스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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