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임대주택 임대료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주택업계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부영이 일부 지역 임대주택에 법적 상한선인 5%까지 임대료를 올리자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상승률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법적 허용 범위 내의 상승률에까지 지자체가 개입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북 전주시를 비롯한 전국 22개 기초자치단체는 임대주택 건설기업 부영에 대해 ‘주택 임대료를 연 2.6% 이내로 인상하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부영은 제주시 삼화지구 부영8차 아파트의 올해 임대 보증금을 전년 대비 5%(1100만원) 올렸다. 앞서 전주시 하가지구 임대아파트도 보증금을 5% 올렸다. 입주민은 주택형에 따라 적게는 8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을 더 내게 됐다.

임대 보증금 인상에 대한 입주민의 민원이 이어지자 지자체장들이 나섰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책적으로 제주도가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대보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부영은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인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민간임대주택특별법 등 현행법은 민간 임대주택 임대료 인상률이 연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영 관계자는 “지역별 시장 상황에 맞춰 차등적으로 인상률을 책정하고 있다”며 “올해 평균 인상률은 3.2%”라고 설명했다. 부영은 2007년부터 진행된 총 여섯 번의 임대료 인상 소송에서 모두 5% 인상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법적 상한선 내의 임대료 인상까지 규제하는 것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한 정부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공적임대주택을 연간 17만 가구 공급하고, 이 중 4만 가구를 민간 참여로 충당할 계획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대주택 유형을 다양화하고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 참여가 필수”라며 “법적 기준 내 임대료까지 과도하게 규제하면 민간 임대주택 사업은 확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