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감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두고 본격적인 수주전이 시작됐다. 사업성이 뛰어나고 주택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시공사 선정에 속속 나서면서다.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고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됐다.

[하반기 재건축 수주전] "2조6000억 반포1단지 잡아라"
○‘2조6400억원’…반포주공1단지

올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가장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은 최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9월 초 입찰을 받아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공사비는 약 2조6400억원, 입찰보증금만 15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 결과에 따라 강남 재건축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단지는 지난달 서울시 건축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지상 5층 2090가구(전용면적 84~196㎡)에서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5388가구(전용면적 59~212㎡)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건설사가 재건축사업의 일부 리스크를 부담하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적용했다. 내년부터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공동시행 방식은 건축심의 이후 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GS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3~4년 전부터 이 단지를 수주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GS건설은 이번 수주전에 전념하기 위해 서초 신동아아파트 수주전에서 손을 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포 한강변의 랜드마크 확보를 통해 ‘재건축 최강자’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도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해 강남 재건축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할 계획이다. 이 단지와 맞닿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을 삼성물산이 맡은 데다 인근 반포 래미안퍼스티지가 반포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 잡고 있어 삼성 브랜드 타운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한강변에 재건축 깃발을 꽂지 못한 현대건설은 브랜드 1위 자리를 꿰찰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압구정 지역의 대표 부촌 아파트인 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번 수주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로 반포에 입성한 대림산업도 이번 수주전에 적극적이다.
[하반기 재건축 수주전] "2조6000억 반포1단지 잡아라"
○신반포·방배도 속속 참전

서초구 신반포 일대도 재건축이 속속 진행되면서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반포동 신반포15차는 지난달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사 모집에 나섰다. 최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13개 건설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4층, 아파트 6개 동, 673가구로 재건축된다.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1단지, 래미안퍼스티지에 둘러싸여 있고 신반포역도 가까워 반포지역 핵심 입지로 꼽힌다. 조합은 다음달 18일 입찰을 마감하고, 오는 9월9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반포14차는 오는 31일, 신반포13차는 다음달 18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두 단지 모두 공동시행 방식을 적용한다.

방배동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에서는 방배13구역이 관심지역이다. 방배동 541의 2 일대 노후주택 1600가구가 밀집한 지역으로 2296가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지하철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과 2호선 방배역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방배체육공원 매봉재산 등이 인접해 주거 입지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방배동의 7개 단독주택 재건축구역 중 방배5구역(3080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는 곧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예정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방배5구역은 시공자 선정이 유찰되면서 다시 입찰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시공자 선정 입찰에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가해 유찰됐다. 당초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서초 신동아아파트는 GS건설과 삼성물산이 발을 빼면서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이달 말 입찰이 예정된 가운데 대림과 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도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은 정비사업이 아니면 공급 물량이 거의 없어 희소성이 큰 데다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핵심 지역”이라며 “상반기 수주가 뜸했던 건설사들이 하반기에는 사활을 걸고 임하는 분위기여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