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라고 포기하지 말자
자본수익을 활용한 꼬마빌딩 투자 사례

요즘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딩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5년 전 30억원으로 알고 있던 건물 가격이 50억원이 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가치가 상승하여 생기는 수익을 자본수익이라고 한다.

최근 매매된 빌딩들을 분석해 보면, 매수자 연령층 중 30대에서 40대 사이 구간의 증가가 눈에 띈다. 이 구간의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임대료에 기반한 운용수익보다 기간 차익에 기반한 자본수익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따라 부동산 관련 서적 중 꼬마빌딩 매입에 관한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책에 쓰인 대로 하면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자극적인 제목이 많다. 이런 저자들 중 일부는 고급 스포츠카를 타며 해박한 지식을 나열한다. 또 고객의 사례를 들며 독자나 청중들도 지금 당장 이대로만 하면 빌딩을 살 수 있을 것처럼 부추긴다.

그런데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고결한 이론 대로 본인 명의의 빌딩을 가지고 있을까. 장기판의 훈수질처럼, 본인부터 실천해 보지 않은 투자방식을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했다가는 그들을 따라 투자한 사람들만 실험실 생쥐로 전락할까 두렵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어쨌든 꼬마빌딩을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의 평생 자산 전부를 걸고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 무리하여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자하면,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된다. 필자 주변 사람들만 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건물을 산 고객들이 많다고 하면 그들은 태생이 다른 금수저일 거라고 단정한다. 마치 다른 세계의 일인 듯, 안주 삼아 이야기 하다 건물주가 되려면 종자돈이 필요한데 우리는 흙수저라 없다며 외면하기 일쑤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살아야 하는 것 같고, 종자돈조차 모으지 못한 흙수저에게 꼬마빌딩은 영원히 불가능한 희망이 될 것 같다. 그럼 흙수저인 우리는 건물주가 될 수 없는 걸까. 우리 삶에 자본수익이란 없는 것일까. 다행히 여기 장기 투자 계획을 세워 건물주가 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은 계획투자의 전형적인 모델로 실제 사례이고, 상당한 노력이 동반되었음을 밝힌다.

“이를 악물고, 2012년부터 1년에 1억원 씩 모으자.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내 집을 마련하자.”

자영업을 하고 있는 30대 초반에 결혼한 한 남자는 맞벌이 하던 와이프와 함께 철저히 계획을 세웠다. 악착같이 모은 덕에 2014년 4억원을 모았고 초기 신혼집을 마련할 때 넣어둔 전세보증금 1억원을 보태서 서울 강남에 전용 84㎡ 다세대빌라 전세집을 마련하였지만 불편한 점이 많았다. 무언가 수리하려고 해도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면 내 집이 아니라 선뜻 수리하기가 그래서 참고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 집을 마련하자니 강남의 전용 84㎡ 아파트는 기본 10억원이었다. 대출받아 사려니 매달 나가는 이자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지인이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는 강남의 노후 아파트를 매입하여 실거주하면 대출이자보다 가격이 더 많이 오를 거라 이야기하니, 귀가 솔깃하기도 했다. 망설임 끝에 강남의 노후 아파트를 알아보았다. 재건축 대상인 아파트는 워낙 노후하여 수리를 하지 않고 입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기 암시가 필요했다. 몸이 편하면 돈을 벌 수 없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전세금 5억원과 은행대출은 5억원을 끼고, 10억원에 계약했다. 아파트를 수리하기 위해 잔금을 치른 후 레지던스에 열흘 동안 살아야 했다. 짐들은 이삿짐업체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

2년이 지나 2017년이 되었다. 대출을 1억원 정도 상환하여 아파트 대출이 4억원 남아있고 2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약 2억원 올랐다. 2억원을 모으려면 생활비와 세금까지 감안하더라도 3억~4억원은 벌어야 하는데 부동산을 사서 그냥 두었더니, 2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에 기뻤다. 하지만 2억원이 올라도 매달 나가는 이자는 너무 아까웠다. 추가 대출을 일으키면, 임대수익으로 매달 나가는 이자를 상쇄할 수 있는 꼬마빌딩을 하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건물주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니까. 설레였다.

아파트로 추가 대출가능 한 금액을 다시 알아봤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서 추가로 4억원이 대출 가능했다. 아파트 추가대출 4억원과 열심히 부어온 보험과 예금을 해지해 2억원을 추가로 만들었다. 알아보니 건물 담보대출을 이용해 20억~30억원 이하의 건물을 매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올해 5월이 되어 건물 담보로 약 20억원을 대출받아 임대보증금 2억원을 끼고, 자기자본 6억원으로 약 28억원짜리 건물을 계약했다. 담보대출 이자가 500만원이나 되지만,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900만원이라, 이자를 내도 매월 약 400만원이 남았다. 단순히 환산해도 연 8% 이상의 수익이 생겼다. 여기에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를 빼도 자기자본 대비 6~7% 정도 연 수익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이자 걱정을 하지 않는다.

경험상 몇 년 후에 아파트와 꼬마빌딩가격이 오르면 꼬마빌딩을 하나 더 매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앞으로 금리인상을 고려해 대부분의 수익은 대출원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중요 한 사실은 “대출을 많이 받았다” “투기를 조장한다”는 것을 종용하는 게 아니라 대출을 적절히 활용하여 부동산에 투자하는 기법이다.

이 사례의 내면에 그가 스무 살 때, 달동네 옥탑방에서, 매일 아침 창으로 들이치는 햇살에 눈을 뜨며, 창 너머 보이는 저 얄궂은 땅에 단 한 평이라도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열망을 키워 갔던 흙수저였다는 사실이다. 그의 스무 살엔 월세와 식비 빼고 남은 돈 십만 원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드라마 같은 일이 아니라 실제 사례이다. 위와 같이 부부가 맞벌이로 연 1억원 정도 종자돈을 만들 수 있다면 건물주가 된다는 건 다른 세계의 일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소 기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있고, 모든 투자상품의 기대 수익률 역시 하락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가격도 오름과 내림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이기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계열적 흐름은 결과적으로 계속 오름세이다.

내 연봉으로 오르는 부동산가격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라는 자문(自問)을 하기보다 매년 올라가는 부동산가격을 보며 건물주가 된다는 건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일인 듯 외면하고 살아온 건 아닐까 반문(反問)할 상황이다.

김주환 < 원빌딩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