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 모델하우스에서 지난 12일 투자자들이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위). SK건설이 서울 신길뉴타운5구역 ‘보라매 SK 뷰’ 모델하우스에서 지난 11일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하고 있다. SK건설 제공
서울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 모델하우스에서 지난 12일 투자자들이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위). SK건설이 서울 신길뉴타운5구역 ‘보라매 SK 뷰’ 모델하우스에서 지난 11일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하고 있다. SK건설 제공
지난 11일 오전 11시 서울 신길동 ‘SK 보라매 뷰’ 모델하우스 앞. 정당 계약 기간이 지났음에도 2000명이 넘는 투자자가 모델하우스 주변에 몰렸다. 미분양분 추첨에 참가하러 온 이들이었다.

건설사들은 통상 모델하우스 개장 2~3주 전부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내집마련신청서’를 받는다. 미분양분이 발생하면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한 이들에게 추첨 방식으로 잔여분을 우선 공급한다. SK 보라매 뷰의 미계약분은 모두 8가구였다. 이를 차지하기 위해 인근 지역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투자자가 몰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서울에선 분양권에 당첨되면 3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는다”며 “운만 좋으면 순식간에 대기업 직원 1년치 연봉을 벌 수 있다 보니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하는 이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신청서 인기

청약통장 안쓰고 당첨 기회…'내집마련 신청'에 수천명씩 경쟁
내집마련신청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까지 내집마련신청서를 받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정뉴타운 아이파크’ 아파트엔 3500여 명이 접수했다. 정당 계약 및 예비당첨자 계약 이후에도 미계약분이 남으면 다음달 1일 추첨을 통해 잔여분을 공급할 예정이다. 오는 30일 모델하우스를 공개할 예정인 고덕주공5단지(고덕 센트럴 아이파크)에도 벌써부터 내집마련신청서가 쇄도하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정식 개장 기간까지 내집마련신청서를 받을 예정”이라며 “4000명 이상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집마련신청서가 인기를 끄는 것은 통장이 없어도 당첨이 가능한 데다 당첨되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대부분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어 가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전국구로 활동하는 떴다방(이동식중개업소)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 개씩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또 ‘11·3 부동산 대책’으로 당첨 부적격자가 부쩍 늘어난 것도 내집마련신청서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자격이 강화된 줄 모르고 청약해 당첨됐다가 뒤늦게 당첨을 취소당하는 이들이 늘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부적격자가 20% 이상 나오고 있다. 예비당첨자(총 공급물량의 20%)로도 완판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치금 1000만원까지 ‘껑충’

법적으로 정당 계약에 이은 예비당첨자 계약 이후에는 건설사가 임의로 미계약분을 처분할 수 있다. 2~3년 전만 해도 선착순으로 공급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사전에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손승익 롯데건설 마케팅팀장은 “선착순으로 분양하면 떴다방들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밤샘 줄서기를 시켜 미계약분을 다 채간다”며 “실수요자가 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집마련신청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신상열 대우건설 마케팅팀장도 “입도선매한 떴다방들은 안 좋은 층에 당첨되거나 프리미엄이 붙지 않으면 다시 뱉어내버린다”며 “이중으로 마케팅비용을 쓰지 않기 위해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또 가수요자를 막기 위해 내집마련신청서 청약금을 높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7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의 내집마련신청서 청약금은 1000만원이다. 고덕주공5단지는 청약금을 500만원으로 책정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당첨된 즉시 현장에서 이를 팔아넘기는 투기꾼을 근절하기 위해 청약금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