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화되는 주택시장

서울·부산·세종 집값 빠르게 올라…충남·경북 등 지방은 썰렁
청약시장도 지역별 양극화 뚜렷…일괄 규제 아닌 맞춤형 대책 필요
정부가 최근 과열현상을 보이는 일부 지역에 대한 투기 단속과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과열현상을 보이는 일부 지역에 대한 투기 단속과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를 검토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지역별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서울, 세종 등 일부 인기지역은 과열 양상을 보이는 반면 지방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과열 우려지역만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날고 지방 침체…양극화 뚜렷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전주 대비 0.28%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0.48%를 기록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발길이 몰린 결과다. 감정원 관계자는 “정부 대책을 앞두고 강남권 등의 호가가 꺾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 통계로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과 부산도 각각 0.38%, 0.12% 올라 올 들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3 대책’으로 잠시 주춤했던 부동산시장이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방 시장은 침체 분위기가 뚜렷하다. 올초 상승률 -0.01%를 기록했던 충남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이번 감정원 발표에선 -0.08%로 하락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경북은 -0.05%로 2015년 10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도 지역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하게 감지된다. 인기지역 대단지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 등 비인기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GS건설이 8일 분양한 경기 안산시 상록구 ‘그랑시티자이 2차’는 1051가구 모집에 9914명이 지원해 평균 9.43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롯데캐슬 베네루체’는 청약 결과 최고 65.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인기지역의 청약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대림산업이 최근 분양한 경기 의정부시 ‘추동공원 e편한세상’은 1순위에서 미달돼 2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웠고,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 SK뷰 푸르지오 2단지’는 2순위에서도 청약이 미달됐다. 이들 지역에선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미분양 주택은 3월 696가구에서 한 달 만에 1392가구로 두 배가 됐고 충북도 같은 기간 4415가구에서 5755가구로 30.4% 증가했다.
부동산 과열? 지방은 딴 얘기…"핀셋 규제 필요"

◆“투기 수요 규제하되 실수요자 지원해야”

정부는 이번주 과열 현상을 보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부동산시장 규제 발표에 앞선 사전조치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강남권 등 일부를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과 함께 2019년부터 본격 시행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기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는 지역별로 차등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별 차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와 세종, 부산의 일부 유망 단지만 오르고 나머지 지역은 계속 집값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대세 상승기라고 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수준을 넘어 처음부터 너무 지나친 규제를 하면 시장이 냉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투기적 가수요에는 대출을 축소하되 실수요자들은 무리없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정부 부처 협의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모든 가능한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선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 이후 단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36㎡는 10억10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1000만원 내린 10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빠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던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큰 주택형을 중심으로 500만~1000만원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 11억1000만원까지 거래되던 둔촌 주공 4단지 112㎡는 지난주 11억원으로 1000만원 낮춘 매물이 나왔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