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그라시움 분양권을 사려는 매수자가 줄을 서 있습니다. 그러나 매도자들은 5000만~8000만원가량의 웃돈(프리미엄)을 원하고 매물도 너무 부족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1억원 밑으로는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도 많습니다.”(강동구 T공인 대표)

지난달 18일 전매제한이 풀린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아파트 분양권은 이달 29일까지 310건 거래됐다. 분양권에 붙은 옷돈은 최고 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전매제한이 풀린 직후에는 웃돈이 500만~3000만원에 불과했다.
전매 풀리자 분양권 값 폭등…"웃돈 1억 줘도 매물 씨 말라"
전매제한 풀리며 가격 급등

30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전매제한에서 풀리는 단지가 주도하고 있다. 전매제한이 풀리는 달부터 거래가 급증하면서 웃돈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전매제한에서 풀린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의 이달 거래량은 전체 서울 분양권 거래량의 10%에 이르는 131건에 달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은평구 진관동 ‘은평스카이뷰자이’ 분양권 거래도 활발하다. 지난달 전매제한이 풀린 뒤 두 달 동안 120건 이상 거래됐다. 일반분양분 361가구 중 33% 이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5억~5억7000만원이었지만 최근 실거래가는 6억210만~6억720만원대다.

다운계약서 작성이 만연한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거래가격은 더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분양 계약 후 1년 이내에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율(50%)이 높아 실거래가보다 낮게 매매가를 기재하는 다운계약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근 S중개법인 관계자는 “스카이뷰자이는 평균 6000만~8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로열층 웃돈은 1억원을 호가한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아이파크’와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아이파크’도 이달 전매제한에서 풀리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단지다. 70여 건의 분양권이 거래된 신길아이파크 전용 84㎡는 분양가(5억9000만원대) 대비 5000만원 이상 뛴 6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신촌숲아이파크(50건) 분양권에도 7000만원가량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수동 I공인 관계자는 “매도자의 양도소득세까지 부담하지만 사려는 사람보다 매물이 너무 적어 호가가 계속 뛰고 있다”고 말했다.

전매 가능한 새 아파트 희소성 부각

최근 팔리는 분양권은 모두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에 분양됐다.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1년으로 짧고, 중도금 대출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1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의 전매제한과 대출 규제 등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의 매력이 떨어지자 수요자가 전매에서 자유로운 기존 분양권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지역에서 분양한 단지는 최소 계약 후 1년6개월이 지나야 거래할 수 있다. 강남 4구에서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 거래가 금지된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 아파트 공급 부족 등도 투자자가 서울 분양권을 찾는 요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장은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재건축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며 “서울 곳곳에서 뉴타운 해제 지역이 늘어나고 있어 서울 지역 아파트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아영/김형규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