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자·부동산업자 등 무더기 적발…'예비당첨자 주거권' 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불법양도하고 거액의 프리미엄과 중개 수수료를 챙긴 임차권자와 부동산업자가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임차권 양도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LH 직원은 불법양도를 눈감아주고 억대의 뒷돈을 받아 챙겼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송경호)와 수사과는 공공주택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LH 직원 서모(6급)씨와 부동산업자 김모(46)씨, 김모(46)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부동산업자 등 10명을불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임차권자 78명은 약식기소했다.

LH 직원 서씨는 경기도 수원시 광교(4천588세대)·호매실(3천775세대) 지구 LH 임대아파트의 임차권 양도승인 업무를 담당하던 2015년 3월∼올해 1월 부동산업자 김씨 등과 짜고 양도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임차권자들의 서류를 양도 조건을 갖춘 것처럼 꾸며 74차례 양도를 승인하고 대가로 김씨 등에게서 1억4천4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임대아파트는 임대의무기간인 10년이 지나면 분양전환, 입주자가 우선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다.

그 전에 임차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려면 근무나 생업, 질병 치료 등으로 주거이전, 상속 또는 혼인으로 소유하게 된 주택으로 이전, 국외 이주나 1년 이상 국외 출장 등의 예외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

서씨는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허위임차권 양도신청 서류를 작성해주거나 양도 조건에 대한 실태조사 일자를 미리 알려주는 등의 수법으로 불법양도를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LH는 양도승인 업무를 1명에게만 맡기고 별다른 감독을 하지 않아 서씨가 이처럼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임차권자들은 주변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싼 가격에 입주가 가능하고 10년 이후 분양전환 시 입주자는 80%의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대아파트에 붙은 거액의 프리미엄을 챙기고자불법양도의 유혹에 빠졌다.

임차권자들이 불법양도로 받은 프리미엄은 적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차권을 양도받을 때도 무주택 요건을 갖춰야 해 양수자들 역시 대부분 서민이었지만 당장 주변보다 싼 값에 입주할 수 있고 향후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어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임차권을 넘겨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 등 부동산업자들은 임차권자나 양수인에게서 건당 1천만∼1천500만원의 알선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LH직원과 부동산업자, 일부 임차권자들의 불법양도로 인한 피해는 예비입주자들이 떠안았다.

LH는 임차권을 분양할 때 당첨자선정 프로그램으로 당첨자를 뽑고 예비입주자를 따로 선정, 당첨자 가운데 개인 사정 등으로 임차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반납받아 예비입주자들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불법양도로 이러한 기회는 사라져버렸다.

LH는 검찰과 간담회를 갖고 양도승인 업무를 2명 이상에게 맡기고 양도신청 관련 업무의 전 과정을 전자결재화하는 등 양도승인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양도로 정당하게 임차권을 승계받아야 할 예비입주자의 주거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임차권자들은 이러한 행위가 불법임을 확실히 인식해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공공 임대아파트의 공급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