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집단대출 규제에도…나홀로 느긋한 대림산업
정부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 간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전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시공비까지 확보한 업체는 여유가 있는 반면 계약자의 중도금에 의존해 공사비를 조달하는 건설사는 비상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대림산업은 총공사비의 90%를 PF 방식으로 미리 조달하고 있어 집단대출 규제에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고 있다. 집단대출 규제로 계약자들의 중도금이 걷히지 않아도 금융권에서 공사비를 조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시행사와 공사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이 같은 PF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문제가 생기면 건설사가 책임지는 지급보증 방식으로 공사를 맡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수주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 중 대림산업과 가장 대조적인 상황에 처한 건설사는 대우건설이다. 공격적인 수주 문화를 가진 대우건설은 초기 토지대금 매입비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PF 대출만 시행사에 요구해 왔다. 공사비는 대부분 중도금에 의존하는 이른바 ‘분양불’ 방식으로 사업장을 수주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메이저 건설사 가운데 PF 공사 비율이 가장 낮아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끼는 시행사에 인기가 높은 편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도 대부분 대우건설과 비슷한 방식으로 도급공사를 수주한 까닭에 중도금 대출 규제 피해를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분양한 경기 평택시 ‘평택 비전 3차 푸르지오’, 경북 경주시 ‘경주 현곡 2차 푸르지오’ 등 8개 현장의 집단대출처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대부분 분양이 100% 완료됐지만 중도금을 빌리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외상 공사’를 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현대건설과 함께 4923가구를 짓는 서울 고덕 그라시움도 8000억원 규모의 중도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지난달 15일로 예정된 1차 중도금 납부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A금융회사의 PF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책임 준공 약정 때문에 공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