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전세자금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하면서 DSR 비율 300%로 대폭 상향
"차주 특성에 따라 DSR 한도 구분해야"


KB국민은행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DSR 산정에 그대로 반영하기로 해 전세자금 대출자가 대출 절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7일부터 신규 대출 신청자부터 DSR를 구해 300%가 넘으면 추가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은행이 DSR를 구할 때 통상 2년 한도인 전세자금대출의 원금을 대출 2년차에는 전액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으로 잡고, 마이너스통장도 실제 대출액과 관계 없이 한도 전액을 대출금으로 잡고 있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전세자금대출과 중도금 대출, 마이너스대출을 그대로 반영하면 DSR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길 수 있는데 국민은행이 이를 너무 성급하게 적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전세자금 대출, 2년 마다 만기 돌아와 격년으로 DSR 급등

전세자금대출은 통상 2년인 전세 계약 기간에 맞춰 이자만 내다가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받아 일시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주로 설계돼 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다음해에는 원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DSR가 급등하는 왜곡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봉 5천만원인 A씨가 올해 1월 전세자금대출로 1억5천만원을 연 4.0% 금리로 빌렸다면 올해는 이자만 내기 때문에 이자 600만원만 원리금 상환액으로 잡힌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이자 600만원 뿐 아니라 상환해야 하는 원금 1억5천만원도 함께 계산되기 때문에 DSR는 300%를 훌쩍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이듬해에는 국민은행에서는 급한돈이 필요해도 대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차주가 전세보증보험을 들었다면 대출금을 떼일 우려가 없으니 DSR를 산정할 때 이자만 반영하고 원금은 제외해야 한다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 중도금 대출, 장기균등상환 방식으로 대환 전까진 DSR 높여

중도금 대출도 길어야 3∼4년 정도 이자만 내다가 잔금대출로 대환하는 방식이어서 DSR가 일시적으로 크게 올라간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보통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60%는 여러차례에 나눠서 중도금으로, 나머지 30%는 입주할 때 낸다.

이 때 중도금은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중도금 대출은 이자만 내다가 입주하면서 받는 장기 분할상환식 잔금 대출로 대환한다.

예컨대 연봉 5천만원인 B씨가 분양가 5억원의 아파트를 계약한 뒤 5천만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이어 3년간 6차례에 걸쳐 3억원을 중도금으로 냈는데, 이 중 1억5천만원은 중도금 대출로 해결했다.

B씨는 아파트 입주할 때가 돼 3억원을 잔금 대출(연 4.0%, 20년 균등분할상환)로 받아, 1억 5천만원은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고, 나머지 1억 5천만원으로 잔금을 냈다.

B씨의 경우 잔금 대출을 받기 직전에는 빚이 1억5천만원이었지만 그해 모든 중도금을 상환해야 해 중도금 대출 이자를 포함하면 DSR 비율이 300%를 초과하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잔금 대출로 전환하면 대출은 3억원으로 늘어나지만 매년 갚아야 할 돈은 2천180만원이어서 DSR 비율은 43.6%로 줄어든다.

국민은행은 일단 집단대출은 DSR을 산정할 때 예외로 두기로 했다.

◇ 마이너스통장, 실제 빌려 쓰지 않아도 한도까지 잡혀

마이너스통장 방식의 대출은 실제 돈을 빌리는 것과 관계없이 대출 한도가 모두 DSR에 반영되는 맹점이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아무 때나 본인이 원할 때 빌릴 수 있는 대출이다 보니 실시간으로 대출 잔액 집계가 어렵고, 만기도 1년이다 보니 열어놓은 한도까지 전액 대출로 반영하게 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계산할 때도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빌린 돈과 관계없이 대출 한도액에 금리를 곱해 상환 이자로 보고 DTI에 반영한다.

그러나 이자 규모가 크지 않아 큰 논란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도액이 모두 DSR에 반영되면 실제 대출 여부와 관계없이 DSR을 높이는 왜곡 현상이 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의 평균 연장 기간을 반영해 원리금을 나눠 계산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며 "TF에서는 이 같은 착시효과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으로 DSR 한도를 정해서 모든 차주에 똑같이 적용하기보다는 대출 특성이나 차주 상황에 따라 DSR 한도를 여러 가지로 나눠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은행처럼 이런저런 대출을 고려해 DSR 한도를 300%로 너무 높게 잡기보다는 기본 DSR 한도는 당초 취지를 살려 50% 이하로 낮게 정하고 대출 특성에 맞춰 DSR 한도를 일정 수준 올려주는 식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DSR 한도를 하나만 정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대출 성격이나 차주별 특성에 따라 DSR1, DSR2 등으로 구분해 한도를 따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