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물량 급증·美 기준금리 인상…부동시장 직격탄 맞을 수도

대전시 서구에 사는 김모(43)씨는 아파트 전세계약 만료 시점을 앞두고 세종시에 매물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매일 수십건씩 올라오던 매물 정보가 한 건도 없는 데다 전날 게시된 매물도 12건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과 15일 매물 건수도 각 16건, 11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하루 평균 150건이 넘던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부터 올라온 전체 아파트 매물 3천336건 가운데 한솔동이 559건으로 전체의 16.7%를 차지하며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고운동(506건), 아름동(496건), 종촌동(465건), 조치원읍(396건), 조치원읍(396건), 도담동(327건), 보람동(260건), 소담동(191건) 등의 순이었다.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어진동(1-5생활권)과 중심상업지구가 있는 나성동(2-4 생활권)은 매물이 각각 52건과 32건에 그칠 정도로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매도 희망 가격도 최근 일주일 사이 세종청사 인근 어진·도담동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제히 2천만∼4천만원씩 올랐다.

이달 초만 해도 5억1천만원에 형성된 도담동 전용면적 99㎡ 아파트의 경우 17일 현재 5억5천만원에 내놓은 상태이다.

바로 옆 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 아파트도 일주일 전 매도 가격은 4억2천만원에 형성돼 있었지만, 현재 4억4천만원까지 올렸다.

이달 초만 해도 4억3천만원에 나왔던 어진동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도 4억5천만원으로 올랐으며, 도담동 전용면적 59㎡ 한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2억6천만원에서 현재 3억1천500만원으로 석달 새 5천500만원이나 상승했다.

도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내놨던 물건을 다시 거둬들이거나 '팔리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가격을 높여 부르고 있다"며 "도담동의 경우 분양권도 전용면적 84㎡ 프리미엄이 평균 7천만∼8천만원 수준으로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양동철(52)씨는 "부동산 중개업자 모임에 참석하면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려고 해도 매물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세종시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데다 수요가 꾸준하게 있기 때문에 급한 경우가 아니면 팔려고 하지 않고, 팔려는 사람도 단기 거래에 대한 양도세 부담 때문에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세종시 신도시에 가장 처음으로 들어선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나 대규모 아파트가 있는 고운동(1-1생활권)의 경우 매매 물량도 충분하고 매매가가 내려간 물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 이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세종시 행정수도' 공약에 지역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어진동은 2004년 헌재의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 전 국회 건립 예정지라는 점에 때문에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편이다.

하지만 세종시 신도시 건설을 책임지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아직까지 국회 이전 예정지가 결정된 게 없다"고 밝힘에 따라 가격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세종시 부동산시장 활황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새롬동(2-2생활권)에 8천여가구의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전셋값이 폭락한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이현수 연구원은 "세종시는 기존 주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4월 입주물량이 가중돼 공급부담이 커지고 가격조정이나 미입주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