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주물량 작년의 2배…전세가율 54.7%로 전국 최저

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이하 행복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완공을 앞두고 지역 아파트 전세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8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에 따르면 행복도시에서 이달부터 다음 달 말까지 완공될 아파트가 1만37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행복도시 전체 입주 물량(1만6천95가구)의 64.4%에 이르는 것이다.

이달 보람동(3-2 생활권)에 900가구가 입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담동(3-3 생활권), 도담동(1-4 생활권) 등에 총 2천889가구가 준공됐다.

다음 달에는 새롬동(2-2 생활권) 11개 공동주택단지에 7천48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다음 달 입주 물량만 따져도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전체 입주 물량(8천381가구)과 맞먹을 정도다.

세종시의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의 2배 규모에 달하면서 전셋값이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새롬동 A아파트 단지 전용면적 84㎡ 주택의 경우, 2주 전만해도 2억3천만원에 나왔던 전세 가격이 7일 현재 1억8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최저 3억3천만원에서 3억7천만원 정도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50% 정도이다.

이달 준공을 마친 소담동과 보람동 아파트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84㎡ 주택 전세가격이 1억6천만∼1억7천만원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를 마쳤지만 임차인을 찾지 못해 아직 비어 있는 아파트도 많다고 소담동 한 공인중개사는 전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매매가가 평균 3억5천만원 정도니까, 전세가율은 50% 정도 되는 수준"이라면서 "3생활권 아파트는 대전과 가까워 그나마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가 대규모로 지어지면서, 2011년 지역에 가장 먼저 들어섰던 첫마을 아파트의 전세 가격도 잇따라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세가가 2억2천만원으로 급등했던 첫마을 2단계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우 현재 4천만원 떨어진 1억8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KB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세종시 주택 전세가율은 54.7%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서도 지난달 세종시 주택 전세 가격이 0.1% 하락해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달 -0.03%를 기록해 1년 5개월만에 처음으로 떨어진 뒤,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역 주택 전세가는 2015년 9월을 기준으로 전월보다 0.08% 상승한 뒤 최대 0.7%까지 오르며 연일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처럼 전세 물량 '폭탄'으로 매매가마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여오던 세종시 주택 매매 가격은 지난달 처음으로 보합세로 돌아섰다.

지역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이달 중 소담동에 분양 예정이었던 H3·H4 블록 48층짜리 주상복합단지도 공급을 미루고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세종시가 청약 조정지역에 포함됨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올해 1월 국토연구원을 끝으로 2012년부터 시작된 세종시로의 중앙행정기관 및 정부출연 연구기관 이전도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공무원 실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철 행복청 주택과장은 "세종시 아파트의 실입주율은 90% 이상으로 다른 신도시 입주율 50∼60%를 크게 웃돈다"며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 등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확정되지 않았고, 추가로 세종시 입주를 희망하는 공공기관도 많은 만큼 공급과잉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