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주택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는 곳을 ‘시장위축지역’으로 지정해 맞춤형 부양책을 내놓는다. 미분양이 급증하는 곳에선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시장 침체를 막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29일 발표했다. 지난달 발표한 ‘11·3 대책’과 정반대 방향의 부양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지역별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과열지역에선 안정책을, 침체지역에선 부양책을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침체 지역엔 부양책 쓴다"…내년 부동산 정책은 '지역별 맞춤형'
◆맞춤형 부양책 마련

시장위축지역은 지난 11·3 대책에서 국토부가 밝힌 ‘조정대상지역’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국토부는 서울 전역, 경기 성남·과천·하남·고양·남양주·화성동탄2신도시, 부산 해운대구, 세종시 등 전국 37개 시·군·구를 국지적 과열이 심화되고 있다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엔 1순위 요건 강화, 분양권 전매·재당첨 제한 강화, 중도금대출보증 요건 강화, 1순위 청약일정 분리(해당·기타지역) 등이 적용됐다.

시장위축지역은 이들 규제가 반대로 완화된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시장위축지역 지정요건 등을 마련한 뒤 내년 하반기 주택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지역 지정은 주거기본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 관계부처 차관, 관계 지방자치단체장,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을 손보지 않고도 시장위축지역 또는 분양과열지역을 주거정책심의위가 신속하게 지정할 수 있게 주택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11·3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이라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과도한 시장 개입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주택시장 온도 차가 극심한 상황을 고려해 맞춤형 정책을 펴겠다는 취지”라며 “주택시장이 침체되거나 과열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정책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분양 주택 매입 확대

미분양이 급증하거나 기존 주택 매매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지역에는 ‘환매조건부 미분양매입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건설업체 유동성 지원을 위해 2013년까지 5년여간 미분양 주택 1만9000여가구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했다. 매입임대 리츠(부동산투자회사)도 해당 지역에 대한 안전장치로 활용할 방침이다. 건설업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재무적투자자 등이 리츠를 설립해 미분양 주택을 싸게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역시 2008년 이후 3년간 3300가구를 이 방식으로 공급했다. 1기 신도시 조성이 끝난 1998년 이후 역대 최대인 70만여가구가 내년부터 2년간 전국에서 입주하는 점을 고려, 공급과잉에 따른 관련 위험을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후분양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현재 유명무실한 HUG의 후분양대출보증 보증료율을 낮추고 보증금액 한도를 확대한다.

◆전세보증금 안전장치 강화

서민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 내년 매입·전세임대를 당초 4만가구에서 1만가구 늘어난 5만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는 올해보다 2만1000가구 늘어난 4만6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행복주택(신혼부부 대학생 등 대상 임대주택)도 올해보다 1만가구 늘어난 4만8000가구를 선보인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대상 보증금을 내년 1분기 중 수도권 5억원, 지방 4억원으로 늘린다. 기존보다 각각 1억원 늘어난다. 보증료율도 현재(개인 0.15%, 법인 0.227%)보다 낮추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물량 급증에 따라 역전세난, 깡통전세 등이 현실화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혼부부 대상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우대금리를 현행 0.5%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높인다. 현재 1.8~2.4%로 적용되는 금리가 1.6~2.2%로 낮아진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