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시가 발주하는 2억~100억원 규모 공사에 대해 하도급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하도급이란 공사를 따낸 업체가 직접 시공을 하지 않고 다른 작은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8일 ‘건설업 혁신 3불(不) 대책(하도급 불공정, 근로자 불안, 부실공사)’을 발표했다. 지난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지난해 사당체육관 붕괴사고, 2013년 노량진 수몰사고 등 주요사고에서 드러난 불공정 거래의 부실시공에 대한 대책이다.

우선 종합건설업체(주계약자)와 전문건설업체(부계약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에 참여하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시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현장에 적용키로 했다. 기존에는 종합건설업체가 발주처와 원도급 계약을 맺고 이를 다시 전문건설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졌다. 하청업체가 또다시 재하청을 주는 경우도 많아 저가 수주경쟁, 건설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울시는 2억~100억원 규모의 공사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 모두 이 방식으로 발주하기로 했다. 내년 7월부터는 100억원 이상의 공사에서도 시행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에 예규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건설 근로자에 대한 시중 노임단가 이상의 적정임금도 의무화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공공발주 공사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6316명 가운데 17%는 시중 노임단가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내년 7월부터 공공발주 공사 근로자에게 시중 노임단가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안전사고에 대해 하도급 업체에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 안전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아 △1명 이상 사망 △2명 이상 부상(3개월 이상 요양) △10명 이상 부상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하도급 계약 시점부터 5년간 서울시 발주 공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재한다.

‘3불 대책’은 서울시가 발주하는 올림픽대로~여의도 간 진입도로 설치공사(98억원)와 서울 창업허브 별관 리모델링 공사(55억7200만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발주하는 세곡2지구 도시형생활주택(70억원), 위례A1-13단지 아파트 건설공사(723억원)에 시범적용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