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손질 필요한 서울시 임대주택 제도
“최근 몇 년간 서울 시내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장기안심주택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셋집이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서울시 임대주택과 담당 공무원)

서울시의 무주택 서민용 전세보증금 지원 정책인 ‘보증금 지원형 장기안심주택’의 지원 건수가 2년 새 급감했다. 올해엔 목표 물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400여가구만 공급될 예정이다. 전세보증금을 최대 4500만원까지 최장 6년 동안 무이자로 빌려줘 호응을 얻었던 장기안심주택 정책의 효과가 줄어든 건 최근 수년간 급등한 전셋값과 관련이 깊다. 전세보증금이 빠르게 오르며 대출 지원 한도(1인가구 전셋값 상한 2억2000만원, 2인 가구 이상 3억3000만원) 안에 남아있는 전세주택이 줄어들었다.

2014년 초만 해도 2억7800여만원을 마련하면 서울 시내에서 중간 수준(평균 중위가격 기준)의 전세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3억57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약 3년간 매달 220여만원을 저축해야 간신히 전세보증금을 맞출 수 있다.

장기안심주택 제도가 점점 효력을 잃자 서울시도 대응에 나섰다. 수혜자를 늘리기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지원 대상을 넓혔다. 입주자를 수시로 모집하고, 정책 홍보에 주력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다만 대출 지원 대상이 되는 전세주택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만으로 공급 물량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간 서울 시내 전셋값 상승률과 연동해 대출 지원 대상 주택의 전세보증금 상한선을 조정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 시내 전셋값이 당분간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내년부터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하지만 서울 시내 입주 물량은 예년과 비슷한 2만가구대에 그친다. 재건축·재개발 이외에 마땅한 공급수단이 없다보니 입주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 지난 6년간 단 6가구 공급에 그쳤던 리모델링형 장기안심주택 제도는 시내 리모델링지원구역 내 노후주택으로 한정된 대상을 넓히는 등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없는 정책이나 마찬가지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새겨들을 시점이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