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최고가 경신→11·3 이후 급락…극과극 '롤러코스터 장세'
서울-지방 '디커플링' 현상도…저금리 여파로 수익형 부동산 인기

2016년 주택시장은 재건축과 청약 과열로 뜨겁게 달아오른 한 해였다.

저금리와 현 정부의 규제 완화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며 대표적인 투자상품인 강남권 재건축에 투자수요가 몰렸고 흡사 2006년 버블기를 연상케 할 정도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청약시장에는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리려는 수요자들로 인해 서울과 신도시, 부산 등 일부 인기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어서고 계약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 강화, 국정 혼란 등의 대형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11월부터는 재건축 단지의 거래가 감소하고 집값 하락세를 주도하는 등 극과 극의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부동산 대책 발표 전까지 지방은 하향 안정세, 수도권은 강세를 보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 강남 재건축 투자 열기에 서울 집값 상승률 10년래 최고
20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가격은 전국적으로 평균 4.2% 상승했다.

이는 주택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지난해(5.6%)보다 오름폭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은 7.57% 오르며 지난해 상승폭(5.58%)을 앞지른 것은 물론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재건축이 견인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해 8.21% 오른데 비해 올해는 15.68% 올랐다.

일반아파트값 상승률(6.10%)의 2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갈 곳 없는 여유자금이 재건축 단지로 몰려 마치 2006년 부동산 과열기를 연상케 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기본계획 수립 호재로 올해 들어 최고 7억원이 급등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택거래량은 총 96만4천468건으로 사상 최대치가 거래된 지난해 같은 기간(110만6천여건)과 비교해서는 12.8% 줄었지만 예년 평균을 압도할 정도로 거래량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서울 강남을 비롯한 '청약조정지역'의 청약 1순위 자격을 강화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을 금지 또는 강화하는 내용의 11·3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격이 급락하며 오히려 집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함께 대출기준 강화·국정 혼란·금리 인상·입주물량 증가 등 '5대 악재'로 인해 거래 침체와 가격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로 집값이 따로 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두드러진 한 해였다.

지난해에는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5.4%, 6.5% 올라 비슷한 강세를 보였다면 올해는 수도권이 5.21% 오른데 비해 지방은 1.97%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이 경기도(2.59%)의 아파트값보다 상승폭이 월등히 높아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방은 대구(-2.75%), 경북(-2.45%), 충남(-1.53%), 충북(-0.74%), 경남(-0.01%) 등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부산지역만 무려 10.74%가 오르는 등 국지적 강세가 두드러졌다.

부산은 올해 입주물량 감소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아파트값이 초강세를 보였다.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는 올 한해 각각 17.2%, 16.8%나 급등하며 개별 시·군·구에서 상승률 1,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역시 재건축 호재가 있는 경기도 과천시(15.15%), 서울 양천구(11.83%)와 강남구(11.17%) 등의 상승률을 웃도는 것이다.

매매시장에 비해 전세는 비교적 안정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12.13% 올랐던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3.61%로 크게 둔화했다.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홀수해에 상승폭이 커지고 짝수해에 둔화하는 '홀수해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는데다 위례·하남 미사 등 수도권 요지에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강남권 전셋값을 안정시킨 것이 가격 안정의 큰 요인중 하나다.

작년에 15.01% 올랐던 강남구의 전셋값은 올해 2.08%, 작년에 18.99% 상승했던 송파구의 전셋값은 올해 1.54%의 안정세를 보였다.

◇ 청약경쟁률↑·청약자 418만…서울 평균 분양가 평당 2천만원 시대
올해 청약시장은 저금리와 느슨한 청약 요건 등을 틈타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대거 청약에 가세하면서 과열 양상을 빚었다.

올해 1월부터 12월 현재까지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4.15대 1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순위 평균 경쟁률(10.95대 1)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올해 분양물량이 12월 현재까지 44만4천여가구로 지난해(전체 51만8천여가구)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총 청약자수는 12월 현재 418만4천210명으로 작년 전체 청약자수(411만4천601명)을 웃돌고 있다.

개별 단지 가운데 청약자수와 청약경쟁률 상위 아파트는 부산 등 지방 아파트가 휩쓸었다.

지난 9월에 분양된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명륜자이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이 523.56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1순위 경쟁률 기준 부산 해운대 우동 마린시티자이가 평균 450.4대 1, 울산 야음동 힐스테이트수암 2단지가 평균 426대 1,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자이가 평균 330대 1로 뒤를 이었다.

청약자 수는 경남 창원 중동유니시티 1, 2단지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총 20만6천764명이 청약했고 부산 명륜 자이(18만1천152명), 부산 대연 자이(14만1천953명), 부산 아시아드코오롱하늘채(13만2천407명), 부산 거제센트럴자이(12만5천259명) 등 부산 아파트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아파트 분양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국의 올해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천54만원으로 1천만원을 돌파했고 서울 아파트값은 2천133만원으로 2천만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1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청약시장은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하락하고 1순위 미달 단지도 증가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올해 분양을 연기하고 내년 분양계획도 올해보다 축소하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은 저금리 바람을 타고 시중의 유동자금이 몰리며 여전히 인기를 끌었다.

오피스텔의 경우 지난해 6만5천997실 분양된데 이어 올해도 6만4천여실(예정물량 포함)이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권 전매제한 등 규제가 없는 오피스텔은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우미건설이 분양한 화성 동탄2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는 최고 40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와 단지내 상가 등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과열 양상을 빚기도 했다.

경매시장은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진행 물건이 역대 최저로 감소하면서 낙찰가율과 경쟁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11·3부동산 대책과 금리 인상 등 악재가 나타나며 각종 경매지표도 11월 이후에는 나빠지는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