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도급 수주 의미 없다…건설업계 체질개선 나서야"
가격과 시공 중심의 해외 건설 경쟁력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게 국내 건설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토교통부 등이 프로젝트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부는 해외 사업 수주 시 초기단계부터 발굴 비용을 지원하는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GIVF)’를 조성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 내년부터 2년에 걸쳐 약 1000억원을 블라인드펀드 방식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그동안 해외 인프라 사업은 타당성조사 등 초기 비용 부담이 커 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 없이도 수행할 수 있는 단순도급 사업에만 국내 건설업계가 집중해 온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순도급을 넘어 개발사업을 확대하려면 금융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 시장 인프라 프로젝트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SK건설이 지난해 말 미국 본토에서 처음 따낸 LNG플랜트공사 수주 과정을 들여다보면 선진 시장 진출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 미국 KBR과 조인트벤처를 이뤄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호 인근에 연산 800만t 규모 LNG 플랜트공사를 13억600만달러에 따냈다. LNG플랜트는 미국 KBR·벡텔, 프랑스 테크닙, 일본 지요다·JGC, 이탈리아 사이펨 등 6대 메이저 업체가 시장 90%가량을 지배하면서 다른 회사 진입을 막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다.

SK건설은 미국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영미권인 호주에 우선 진출하는 방안을 택했다. SK건설은 2008년 호주LNG가 발주한 LNG플랜트 기본설계 프로젝트(글래드스톤)를 수행했다. 이때 맺은 호주LNG와의 인연이 지난해 미 루이지애나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졌다. 이 프로젝트를 발주한 곳이 호주LNG의 자회사인 매그놀리아LNG였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