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등을 짓는 소규모 건축업자의 주요 자금조달원이던 ‘부동산 P2P’ 대출업체들이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1인당 1000만원 투자 제한’ 규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부동산 P2P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빌라가 밀집한 서울 강서구 신방화역 주택가. 한경DB
빌라 등을 짓는 소규모 건축업자의 주요 자금조달원이던 ‘부동산 P2P’ 대출업체들이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1인당 1000만원 투자 제한’ 규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부동산 P2P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빌라가 밀집한 서울 강서구 신방화역 주택가. 한경DB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주택사업자 등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부동산 P2P(Peer to peer·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 금융)’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누적 대출금 기준으로 반년 새 네 배 가까이 커졌다. 연간 10% 중반의 높은 수익률이 제시되면서 개인투자자가 몰려서다.

하지만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개인투자자의 연간 투자금액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급랭할 것이라는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소규모 건축업체가 건물 신축 자금을 마련하던 자금 조달 경로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 '부동산 P2P' 시장, 반년 새 4배로 커졌다
◆반년 만에 4배로 커진 부동산 P2P

한국경제신문이 4일 국내 상위 네 곳의 부동산 P2P 투자업체 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누적 대출금액은 총 1592억3000만원으로 조사됐다. 6개월 전인 지난 5월 초(397억7390만원)보다 300% 늘었다.

업체별 누적 대출금액은 선두업체인 테라펀딩이 5월 말 195억원에서 지난달 말 677억8000만원으로 증가했다. 6개월 전 70억5000만원이던 루프펀딩의 누적 대출금도 381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한국P2P금융협회가 집계한 29개 회원사의 누적대출액 중 건축자금 대출은 1322억원, 부동산 담보대출은 572억원이다.

부동산 P2P 대출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투자자와 사업자를 연결시킨다. 대출 신청자가 내논 부동산 담보 가치와 건축물 신축·분양 사업계획 수익성 등을 평가해 예상 투자수익률을 산정한 뒤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기대 투자수익률은 연 8~15% 수준이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소규모 건축업체 입장에선 제2금융권이나 사채보다 금리가 낮고 대출 건당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신탁사 위탁비용도 아낄 수 있어 P2P대출업체를 찾는다”고 말했다.

◆복병으로 등장한 금융 규제

2014년 국내 도입 이후 성장을 거듭하던 부동산 P2P 대출업체는 금융 규제 강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금융위는 지난달 ‘P2P 대출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투자자의 연간 투자금액을 P2P업체당 1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동일 대출자에 최대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P2P업체가 자기자본으로 먼저 대출한 뒤 이를 투자금으로 메우는 행위도 금지된다. 국내 P2P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고 해외 업체 중에서 부정대출 등의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사례가 나타나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3개월간 유예기간을 둔 뒤 내년 3월께부터 본격 시행된다.

금융위 서민금융과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대출 관계없이 업체당 1000만원, 동일 차입자당 500만원이라는 개인 투자액 제한은 같다”고 말했다.

P2P업계는 이 같은 금융 규제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1인당 1000만원 이상 투자액이 전체 투자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테라펀딩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모금액 641억5000만원 중 개인당 5100만원 이상을 투자한 고액투자자에게 모금한 금액 비중은 48.6%에 달한다. 누적 기준 1억원 이상 투자자도 101명(법인투자자 제외)에 이른다. 개인당 1000만원 이하 투자액을 통해 모금한 액수는 16.8%에 불과하다.

부동산 P2P업체 관계자는 “투자자 모집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 소규모 건축업체(차입자)가 물어야 하는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