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 사업으로 '부업'하는 중소기업 늘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여유자금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예금금리가 낮다 보니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대신에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일반 빌딩 등을 매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과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중소기업이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사례는 53건에 달한다. 작년 한 해 동안 부동산 매입 건수(47건)를 이미 뛰어넘었다. 2013년과 2014년 연간 매입 건수는 38건과 39건이었다.

임대수익을 위한 부동산 취득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게 특징이다. 2014년까지 중소·중견기업들은 사옥으로 쓸 건물이나 공장 부지, 신규 사업 용도로 활용할 토지를 주로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공시상 부동산 취득 목적에 임대수익 창출을 더하기 시작했다. 금속제조업체인 오르비텍은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일부 층을 8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 관계자는 “자체 사무실로 활용하고 남는 공간을 임대해 수익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있는 건물을 35억원에 매입한 혼합사료 생산업체인 이푸른은 건물 매입 이유를 임대수익 확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신규 사업 진출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권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투자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미드스몰캡팀장은 “사옥 겸 임대용으로 쓸 수 있는 업무빌딩을 선호하지만 일부는 상가를 분양받아 임대를 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빌딩 서비스회사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중소형 빌딩 매입 규모가 급증했음에도 기업 매입 비중은 꾸준히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이 사기 어려운 30억원 이상부터 수백억원대의 중소형 건물 매입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이 높은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 완공된 건물 외에 재건축 부지를 매입하거나 법원 경매에 참여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삼천리자전거는 경매를 통해 서울 선릉 인근 건물을 162억원에 취득했고, 그랜드백화점도 종로 관수동 건물을 341억원에 인수했다. 일부 제조 기업은 지식산업센터 매입에 나서거나 빌딩과 달리 저평가된 공장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임성환 알리안츠생명보험 WM센터 부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50억원 이상의 건물, 지식산업센터, 토지 등은 중소기업끼리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