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규제 강화·잔금대출 분할상환 등 악재 줄이어 내년 전망 '암울'
분양일정 연기하고 내년 분양물량 줄이기로


정부의 연이은 규제와 정국불안 등으로 내년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11·3 부동산대책으로 청약규제가 강화되고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아파트 분양 시 받는 잔금대출에도 분할상환 원칙이 적용된다.

여기에 대출 신청자의 기존 대출을 포함해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가 내년에 도입되고 국내 정국 불안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당선까지 겹치면서 내년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11·3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이 잠시 중단되면서 연기됐던 분양물량을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쏟아낼 전망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모델하우스를 공개한 현장이 전국적으로 30여 곳에 달하고, 내달 2일 오픈할 현장도 13곳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내년 잔금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연내 분양을 마치려는 단지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후속조치로 내년 이후 분양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일부 행정절차가 가능한 단지는 내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피하기 위해 분양을 연내로 앞당기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1순위 청약이 제한되고 청약열기가 가라앉는 등 미분양의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단지의 분양은 아예 내년으로 넘기거나 연내 분양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내달 인천 영종지구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할 예정이던 'e편한세상 영종하늘도시 2차' 분양을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11·3 부동산대책 이후 분양보증이 중단되면서 분양 일정이 차례로 밀리며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화건설도 부산 초읍동 연지1-2구역을 재개발하는 '연지 꿈에그린'을 내달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분양일정을 내년으로 조정했다.

11·3 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데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연내 분양을 강행하기보다는 내년 시장 상황을 보면서 분양에 나서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5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 분위기를 봐도 당장 잇단 규제 이후의 청약시장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

주요 건설사들의 모델하우스 분위기는 이전보다 확연히 가라앉은 가운데 투자수요는 급격히 줄고 청약 의지를 갖춘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에서는 투자수요가 떨어져 나간 청약시장에서 청약경쟁률은 이전보다 자연히 낮아지고 계약률도 덩달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잔금대출에 원금분할상환 원칙이 적용되면 실수요자의 분양시장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어서 건설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수요자의 잔금대출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모색 중이지만 이렇다 할 묘수가 보이지 않아 고민 중이다"라며 "잔금을 못 내는 수요자들이 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잔금이 회수되지 않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청약시장 전망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건설사들의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전언이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분양일정을 연기하거나 분양물량을 줄이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면서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다시 짜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분양물량을 쏟아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어쩔 수 없이 당초 예정보다는 분양물량을 줄여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도 "내년에는 분양성을 장담할 수 없어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잡는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며 "올해 1만여가구를 분양했는데 내년에는 분양성 있는 곳에만 집중하는 차원에서 8천가구 정도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