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명 넘은 '공공건축가'…서울시 "직함 남용 자제" 요청
서울시가 시내 공공건축물 설계와 재건축 계획 자문 등을 담당했던 전(前) 공공건축가 100여명에게 직함 사용 중단을 요청했다. 일부 전직 공공건축가들이 임기 이후에도 명함과 홈페이지에 적힌 직함을 바꾸지 않아 건축업계와 건축 행정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제도 도입 4년여 만에 그 수가 두 배 넘게 늘었을 정도로 서울시 건축행정에 공공건축가가 미치는 영향력은 커지는 추세다.

서울시는 최근 200여명 넘는 전·현직 건축가 전원에게 공문을 보내 전직일 경우 명함과 건축사무소 홈페이지 등에서 공공건축가 명칭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몇몇 전직 공공건축가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직함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서울시 자체 감사에서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건축가들의 공적 직책이 설계 업무 수주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배경에 깔려 있다.

공공건축가 제도는 지방자치단체·공기업 청사, 국공립어린이집 등 공공건축물 기획·설계를 서울시가 추천한 건축가에 맡겨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2012년 도입됐다. 2000가구 이상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 정비계획 자문도 맡는다. 도입 당시 77명을 위촉했지만 현재는 170명으로 늘었다. 공공건축가가 설계·자문하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2012년 21건, 2013년 138건, 2014년 100건에 이어 작년엔 160개의 사업에 참여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85건 사업 자문 등을 담당했다. 공공건축가 운영과 관련한 예산도 지난해 5500만원에서 올해는 5억50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