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신드롬'…10년 넘은 집 1억 오를 때 '새 아파트' 2억 뛰었다
입주 5년 이내 아파트값, 서울 3.3㎡당 2318만원
'10년차 이상'보다 508만원 비싸
"낡은 내집보다 살기 편한 전세"
서울 5년차 이하 전셋값, 3.3㎡당 평균 1791만원
오래된 집 매매가 맞먹어
◆새집-헌집 가격차 3년 새 두 배
서울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 9월 10억4000만원(19층)에 손바뀜됐다. 올 8월 15층이 처음으로 10억원에 거래됐다. 2012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 그해 11월 전용 84㎡ 평균 매매가격이 6억5000만원(국민은행 조사)이었다. 지난달 평균 매매가격은 8억5500만원으로 입주 4년 만에 31%(2억500만원) 뛰었다.
이 아파트와 ‘옥수 어울림’(2011년 입주) 등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이 일대 대표 아파트로 꼽혔던 곳은 ‘옥수하이츠’다. 입지와 조망이 좋아서다. 같은 기간 옥수하이츠의 전용 84㎡ 매매가 시세는 6억1000만원에서 7억1500만원으로 17%(1억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 단지는 1998년 지어져 입주 18년차다.
서울에서 입주 5년 이내의 새 아파트와 10년차 이상 아파트의 집값 격차는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의 입주 5년 이하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318만원이다.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는 1810만원으로 3.3㎡당 매매가 차이는 508만원에 달한다. 이 격차는 2014년엔 269만원, 작년에 360만원이었다.
◆새집 전셋값>헌집 매매가 사례도
새 아파트 선호는 전세 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입주 5년 이하 아파트 전셋값이 오래된 아파트 매매가격을 추월하고 있다. 서울의 입주 5년 이하 아파트 전세가격은 3.3㎡당 평균 1791만원(부동산114 조사)이다.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886만원으로 전세가율이 95%에 달한다. 완공 10년 이상 된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이 181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새 아파트 전세가격과 헌 아파트 매매가격이 비슷해졌다.
지난 3분기(7~9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마곡동에서 2014년 입주한 ‘마곡엠밸리 15단지’의 전용 84㎡ 전셋값이 4억원(5층)에 거래되면서 인근 가양동에서 1999년 입주한 ‘한보아파트’ 매매가 3억9000만원(5층)을 넘어섰다. 중계동에서도 2014년 입주한 ‘한화꿈에그린 더퍼스트’ 전용 59㎡ 전세가격은 3억4000만원(13층)이고 1999년 입주한 ‘삼성아파트’ 전용 59㎡의 매매가격은 2억8300만원(17층)으로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5000만원 이상 비싸다. 새집 전세가격이면 오래된 아파트 매입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
◆“재테크보다 삶의 질 더 중요해”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선호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로 “비용 대비 편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새 아파트는 단열 효율을 고려해 짓기 때문에 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고 설계의 진화로 과거에 비해 사용 면적도 더 넓어졌다”며 “따지고 보면 오래된 아파트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에는 최신 설계가 적용돼 피트니스센터, 도서관, 찜질방, 야외 캠핑장 등이 단지 내 시설로 들어선 단지도 적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현재 소비하려는 경향이 집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전엔 아파트가 낡더라도 미래 투자가치를 내다보며 샀지만 최근엔 재테크보다 당장 삶의 질에 우선을 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불확실한 미래에 걸기보다는 차라리 새집의 높은 사용가치를 소비하며 살겠다는 ‘현재 선호’ 경향이 새집을 찾는 심리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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