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서 새 아파트와 지은 지 10년 넘은 헌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4월 입주한 서울 금호동 ‘신금호파크자이’ 단지 전경. 한경 DB
서울 시내에서 새 아파트와 지은 지 10년 넘은 헌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4월 입주한 서울 금호동 ‘신금호파크자이’ 단지 전경. 한경 DB
서울에서 같은 지역, 비슷한 입지라도 새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의 집값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분양 열기를 주도했던 ‘새 아파트 신드롬’이 입주 5년 이하 아파트로 옮겨가면서 10년차 이상 아파트와의 몸값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강남권 소형(전용면적 59㎡)과 강북 중형(전용 84㎡) 등 서울 중소형 아파트 집값이 ‘10억원 시대’에 진입한 배경에도 입주 5년 이하 ‘젊은 아파트’의 집값 강세가 있다는 지적이다.

◆새집-헌집 가격차 3년 새 두 배

'새 아파트 신드롬'…10년 넘은 집 1억 오를 때 '새 아파트' 2억 뛰었다
서울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 9월 10억4000만원(19층)에 손바뀜됐다. 올 8월 15층이 처음으로 10억원에 거래됐다. 2012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 그해 11월 전용 84㎡ 평균 매매가격이 6억5000만원(국민은행 조사)이었다. 지난달 평균 매매가격은 8억5500만원으로 입주 4년 만에 31%(2억500만원) 뛰었다.

이 아파트와 ‘옥수 어울림’(2011년 입주) 등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이 일대 대표 아파트로 꼽혔던 곳은 ‘옥수하이츠’다. 입지와 조망이 좋아서다. 같은 기간 옥수하이츠의 전용 84㎡ 매매가 시세는 6억1000만원에서 7억1500만원으로 17%(1억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 단지는 1998년 지어져 입주 18년차다.

서울에서 입주 5년 이내의 새 아파트와 10년차 이상 아파트의 집값 격차는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의 입주 5년 이하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318만원이다.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는 1810만원으로 3.3㎡당 매매가 차이는 508만원에 달한다. 이 격차는 2014년엔 269만원, 작년에 360만원이었다.

◆새집 전셋값>헌집 매매가 사례도

새 아파트 선호는 전세 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입주 5년 이하 아파트 전셋값이 오래된 아파트 매매가격을 추월하고 있다. 서울의 입주 5년 이하 아파트 전세가격은 3.3㎡당 평균 1791만원(부동산114 조사)이다.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886만원으로 전세가율이 95%에 달한다. 완공 10년 이상 된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이 181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새 아파트 전세가격과 헌 아파트 매매가격이 비슷해졌다.

지난 3분기(7~9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마곡동에서 2014년 입주한 ‘마곡엠밸리 15단지’의 전용 84㎡ 전셋값이 4억원(5층)에 거래되면서 인근 가양동에서 1999년 입주한 ‘한보아파트’ 매매가 3억9000만원(5층)을 넘어섰다. 중계동에서도 2014년 입주한 ‘한화꿈에그린 더퍼스트’ 전용 59㎡ 전세가격은 3억4000만원(13층)이고 1999년 입주한 ‘삼성아파트’ 전용 59㎡의 매매가격은 2억8300만원(17층)으로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5000만원 이상 비싸다. 새집 전세가격이면 오래된 아파트 매입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

◆“재테크보다 삶의 질 더 중요해”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선호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로 “비용 대비 편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새 아파트는 단열 효율을 고려해 짓기 때문에 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고 설계의 진화로 과거에 비해 사용 면적도 더 넓어졌다”며 “따지고 보면 오래된 아파트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에는 최신 설계가 적용돼 피트니스센터, 도서관, 찜질방, 야외 캠핑장 등이 단지 내 시설로 들어선 단지도 적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현재 소비하려는 경향이 집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전엔 아파트가 낡더라도 미래 투자가치를 내다보며 샀지만 최근엔 재테크보다 당장 삶의 질에 우선을 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불확실한 미래에 걸기보다는 차라리 새집의 높은 사용가치를 소비하며 살겠다는 ‘현재 선호’ 경향이 새집을 찾는 심리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