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상승률 단순 비교는 오류…전셋값 반영한 ‘버블지수’는 오히려 울산>강남
'강남=버블'? 고정관념을 버려라
[한경비즈니스=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올 들어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주택 시장이 급등하자 버블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여론몰이를 하면서 정부에서도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그런데 버블의 실체는 무엇일까. 강남의 집값이 오르면 무조건 버블일까. 그리고 그 버블의 기준은 무엇일까.

을 예로 들어보자.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급등한 A지역과 B지역 어디가 버블일까. A지역은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6.5배나 많이 올랐으므로 버블이고 B지역은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적게 오른 것은 물론 집값 자체가 떨어졌으므로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표현해 어떤 특정 달에 전국 평균보다 많이 올랐으면 무조건 버블이고 그 이하면 버블이 아니라고 한다면 평균적으로 전국의 절반 정도는 매달 버블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시세는 순환매 성격을 띠기 때문에 어떤 지역이 오르면 인근 지역이 따라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국이 동시에 오르고 동시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어느 특정 시점에만 오른 지역이 버블이라고 할 수 없다.

전 달에는 집값이 떨어진 지역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긴 기간을 두고 그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적게 올랐는지, 많이 올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 기준 시점 따라 정반대 평가 가능

이런 맥락에서 같은 두 지역을 2007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비교해 보니 놀랍게도 최근 6개월간 집값이 올라 버블의 의심이 있던 A지역은 10년이 가까운 기간 동안 집값이 오히려 내렸고 최근 6개월간 집값이 내렸던 B지역은 오히려 지난 10년간 전국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던 것이다. 이번에는 A지역이 저평가 지역, B지역을 버블 지역이라고 불러야 할까.

분석 기간을 10년 가까이 잡았으니 이런 비교 방법은 단기간만 비교하는 방법보다 훨씬 나은 방법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2007년 1월과 같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그때 당시 시장은 정상이었고 지금은 비정상이라는 전제 조건이 깔려 있다.

그런데 만약 2007년 1월 A지역에 거품이 끼어 있었다면 이러한 전제 조건은 심각한 오류가 된다.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은 버블이 꺼져 가는 기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기준 시점을 2002년 12월까지 소급해 보자. 그 시점이 KB국민은행이 지역별 시세 통계를 내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200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두 지역의 상승률을 그려보면 두 지역 모두 전국 평균보다 상승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두 지역 모두 거품이 있다는 뜻일까.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이처럼 극명하게 평가가 달라진다. 기준 시점을 2016년 3월로 잡으면 A지역은 버블 지역, B지역은 저평가 지역처럼 보이지만 기준 시점을 2007년 1월로 잡으면 반대로 A지역은 저평가 지역, B지역은 버블 지역처럼 보인다.

또한 기준 시점을 2002년 12월로 잡으면 A지역 B지역 모두 버블 지역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분석하는 것이 좋을까. 전셋값 상승률과 매매가 상승률을 같이 보는 방법이다.

전국 평균 매매가 상승률이 20%일 때 C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이 30%였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그 지역의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많이 올랐으므로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에 전국 전셋값 상승률이 20%였고 C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40%였다고 하면 C지역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C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보다 10%포인트(=30%-20%) 더 올랐지만 전셋값 상승률은 20%포인트(=40%-20%) 더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의 예에서 전국 평균보다 전셋값 상승률이 20%포인트 더 오른 C지역은 주택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매매가도 상승하는 것이다. C지역은 전국 평균과 매매가 상승률의 차이가 10%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데 전셋값 상승률의 차이가 20%포인트나 난다는 것은 버블이 아니라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그 지역 전셋값은 전국 평균보다 적게 오르는데 매매가는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많이 오를 때는 거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강남=버블'? 고정관념을 버려라
이런 것을 버블지수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이를 공식으로 나타내면 ‘버블지수=(특정 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전국 평균 매매가 상승률)-(특정 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전국 평균 전셋값 상승률)’이 된다. 이 버블지수가 크면 클수록 그 지역에 거품이 상당히 끼었다고 볼 수 있고 마이너스면 오히려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예로 들은 C지역을 살펴보면 C지역이 버블지수=(C지역의 매매가 상승률 30%­전국 평균 매매가 상승률 20%)­(C지역의 전셋값 상승률 40%­전국 평균 전셋값 상승률 20%)=10%-20%=-10%이기 때문에 C지역은 저평가 지역인 것이다.

앞에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인 A와 B지역을 이 방법론으로 비교하면 와 같다. 최근 6개월간 급등한 A지역은 과거에는 거품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품이 거의 없는 곳으로 나타났고 최근 6개월간 집값이 하락한 B지역은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주 심각한’ 버블 수준에 이르렀다.

에서 A와 B 지역 중 어디가 버블인지 물으면 A라고 대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서울 강남구와 울산 중 어디가 버블이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열 명 모두 강남구가 당연히 버블 지역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A지역이 강남구이고 B지역이 울산이다. 정부든 언론이든 심지어 이 글을 읽고 있는 일반인들이든 ‘버블=강남’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지명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에게는 어떻게 설명해도 먹히지 않는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진실이 보이는 것이다.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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