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1천만∼2천만원 추가 하락에도 매수자 "일단 지켜보자"
강북·신도시도 "대책 효과 관망…반사이익도 아직 없어"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부동산 대책의 강도가 세게 나와서 걱정하면서도 규제가 신규 분양시장에 집중되고 일반 거래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보니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어서 어리둥절한 모습이에요. 그래도 일단 매수세가 꺾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당분간 약보합세가 이어질 듯합니다."

6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발표로 서울과 수도권의 기존 주택시장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입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등 청약규제 대상 지역이 비강남권까지 늘면서 예상보다 규제의 강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큰 충격도, 반사이익도 없이 매수·매도자 모두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고분양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는 호가를 추가로 낮춘 급매물이 나오며 대책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매수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 숨죽이는 강남 재건축 시장…호가 빠져도 안팔려

11·3대책의 핵심이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재당첨제한 부활과 1순위 자격 강화 등 청약규제에 집중되면서 특히 입주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 강남 4구의 재건축 단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정부가 과열지역에 대한 규제 의지를 밝힌 이후 호가가 최고 4천만원까지 하락했던 재건축 단지들이 3일 대책 발표 이후 1천만∼2천만원 정도 추가 하락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2㎡의 경우 지난달 말 대책 발표를 앞두고 14억9천만∼15억원까지 호가가 떨어졌으나 3일 대책 발표 이후에는 14억8천만∼14억9천만원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하순 시세가 15억4천만∼15억6천만원이던 것을 감안하면 보름여 만에 7천만∼8천만원 하락한 것이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우려했던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보류됐지만 사실상 분양권 시장이 사라지고, 청약시장에 가수요나 투자수요 유입이 어려워지면서 일반분양가 책정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호가를 1천만∼2천만원 더 낮춘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이 일단 지켜보겠다며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직접적인 규제가 빠진 것은 다행이지만 분양권을 입주 때까지 팔지 못하고 1순위 청약 자격도 강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며 "당분간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포 주공1단지 42㎡는 부동산 대책이 예고된 후 시세가 지난달 말 10억2천만원까지 떨어졌는데 대책 발표 이후 이보다 1천만원 낮춘 10억1천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살 사람이 없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라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워하던 차에 대책이 나오면서 거래도 매수문의도 뚝 끊겼다"며 "일각에서 조합원 입주권과 현재 분양권 상태의 아파트에 반사이익을 예상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진 특별한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 일대도 관망세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연말께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고 내년 이후 수도권 지역의 입주 물량도 증가하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집주인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대책이 생각보다 시장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신도시·강북도 매수세 '뚝'…"일단 지켜보자" 관망

당초 시장의 예상과 달리 이번 정부 규제의 대상에 포함된 서울 비강남권과 신도시 등지도 일제히 관망세다.

성동구 옥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책 발표 전부터 조용했기 때문에 당장 급매물이 나오거나 추가로 가격이 떨어지진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대책에 강북이 포함될 것이라고는 예상못해 주민들도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동의 공인중개사도 "이번 대책으로 매수·매도자들의 큰 동요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라며 "기존 분양권은 거래가 자유롭지만 반사이익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4구와 함께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된 과천시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분위기다.

별양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하고, 매수자들은 기다려보겠다며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일반분양이 끝난 단지의 조합원 입주권은 거래가 자유로워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 같은데 아직까지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위례·하남 미사강변도시·화성 동탄2 등 공공택지와 신도시도 이번 대책의 파장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기존 분양권에 대한 반사이익도 아직까진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화성 동탄2신도시내 한 중개업소 대표는 "향후 시장 전망을 묻는 매도자들의 문의는 많은데 매수자들은 앞으로 가격이 빠질 것으로 보고 기다리는 눈치"라며 "매수·매도자 모두 1∼2주 정도 상황을 지켜본 뒤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부동산 대책이 예고된 2∼3주 전부터 가격도 오름세를 멈추긴 했는데 예상외로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되면서 주민들도 당황하는 모습"이라며 "매수·매도자 모두 움직임이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이어 가을 이사철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예상보다 강한 정부 대책으로 인해 올해 말까지는 전반적으로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분양권전매가 어려워지면서 재건축 입주권 등의 거래가 늘어나는 등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sms@yna.co.kr,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