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중도금 대출, 건설사가 '자체 보증'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제2 금융권 대출 보증 꺼리자
목마른 건설사들 직접 '우물파기'
대출금융사 안 정하고 먼저 분양
고덕·신촌 등 인기 지역 아파트
높은 청약경쟁률 앞세워 금융사와 '중도금 금리 협상'
3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 6월 말 강원도 모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중견 건설업체 A사는 4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중도금 대출 860억원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해당 금융회사가 중도금 대출(전체 분양가격의 50~60%) 전액에 대해 시공사의 직접 보증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 단지는 12월 1차 중도금 납부가 시작된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중견 건설사는 자체 보증을 서지 않으면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10월 초 ‘안산 그랑시티자이’를 분양한 GS건설은 이 아파트 계약자들이 신청한 중도금 대출 일부(8500억원)에 대해 새마을금고에 자체 보증을 서기로 결정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총 7628가구 중 3728가구를 1차로 분양한 이 단지는 분양 계약까지 마감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울은 시중은행(1금융권)과 협의라도 할 수 있는데 수도권과 지방의 가구수가 많은 사업장은 제2금융권에 가서도 회사의 직접 보증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우건설이 지난 3월 말 경기 고양시에서 공급한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도 시중은행을 찾지 못해 결국 지역단위농협에서 중도금 대출(3700억원)을 조달했다. 건설사가 이 액수에 대해 보증을 제공한 덕분이다. 서희건설도 지난 8월 말 경기 광주에서 분양한 ‘오포 추자지구 서희스타힐스’의 중도금 대출에 대해 자체 보증을 섰다. 서희건설 측은 “605가구 규모로 대출 총액(1319억원)이 많지 않은 데다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전체 가구의 80% 이상이 이미 분양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라며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보증을 제공하긴 했는데 어느 건설사라도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처 사전 약정 없이 분양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이전에는 분양 청약을 받기 전 시행·시공사가 중도금 대출에 대해 특정 금융사와 사전 협의 및 업무협약(MOU)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청약자들에게 대출 금융사와 금리 수준을 안내하는 게 필수 내용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대출 금융사를 정하지 않은 채 분양에 나서는 사업장이 급증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경쟁률이나 초기 계약률이 잘 나오면 그만큼 사업성이 증명된 셈이라 금융사와 협상할 여지가 생긴다”며 “금융사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일단 분양 성적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0월 분양한 서울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2단지 재건축)도 평균 청약 경쟁률 22 대 1로 계약을 100% 마쳤지만 아직 대출 금융사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봉천 e편한세상’ ‘신촌그랑자이’ 등의 인기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나오는 서울뿐만 아니라 남양주 다산신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김포, 세종 등 수도권과 다른 주요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종시에서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보다 내년 초와 상반기 분양 현장의 중도금 대출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더 문제”라고 걱정했다.
문혜정/홍선표/조수영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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