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경전철 위례신사선과 인천 검단 스마트시티 사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위례신사선 사업제안자인 삼성물산은 이날 사실상 사업 포기 방침을 서울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판 두바이’로 불린 검단 스마트시티 조성사업도 인천시와 두바이 홀딩그룹 간 본계약(토지 매매 및 기본협약서) 체결이 무산될 위기다.
31일 결론나는 부동산 빅이슈 2제
◆위례신사선 사업자 변경 불가피

삼성물산은 경전철 위례신사선의 사업계획서 제출 기한인 31일 서울시에 사업 포기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 하남시 일대에 들어선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 신사역을 연결하는 이 노선(길이 14.83㎞)이다. 단지별 입주가 속속 이뤄지는 위례신도시에서는 버스나 자가용 이외에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어 경전철 건설에 대한 열망이 높다.

당초 삼성물산은 위례신도시와 ‘용산역’을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 사업을 제안했지만 서울시의 검토 과정에서 노선이 축소됐다. 삼성물산 내부에선 노선 변경 이후 사업성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까지 제출하려던 사업계획서를 미룬 채 장고를 거듭한 이유다. 삼성물산은 이달 초 서울시로부터 “이달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뒤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서울시와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공사가 아니라 사업의 ‘최초 제안자’ 자격이기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는 데 따른 삼성물산의 법적 책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은 위례신도시와 송파구 등 주변 부동산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포기한다고 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되는 것은 아니지만 새 사업자 선정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까닭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위례신사선 위례중앙역 주변 아파트는 역세권 예정 지역이어서 주변보다 5000만~6000만원 비싸다”며 “개통 예정 시기(2024년)가 늦춰질 수밖에 없어 위례신도시 전체의 추가 상승동력이 많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례신사선이 호재로 작용했던 송

파구 가락·문정동 일대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서울시는 삼성물산의 공식 입장이 접수되는 대로 서둘러 후속 사업자를 정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바람이 큰 만큼 새 사업자 선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스마트시티 무산?

두바이가 오일 머니 약 4조~5조원을 투자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검단새빛도시) 안에 조성하기로 한 ‘스마트시티코리아’ 사업은 31일까지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6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아랍에미리트(UAE)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사업설명회와 사업 출범식까지 열었지만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계약서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 당초 기본협약은 행사 이전인 4일까지 체결할 예정이었다.

계약 당사자인 인천도시공사와 두바이 홀딩그룹은 여러 사안에서 대립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자유구역(FEZ) 지정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르다. 두바이 측이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받으려면 검단스마트시티가 FEZ로 지정돼야 한다. 인천시는 FEZ 지정에 실패하면 두바이 측이 1000억원대 배상금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업 지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두바이는 FEZ 지정 책임이 전적으로 인천시에 있다는 입장이다.

‘계약 당사자’가 누구냐에 대한 이견도 크다. 인천시는 특수목적 국내 법인인 ‘코리아스마트시티(KSC)’ 대신 두바이 본사인 ‘스마트시티’가 직접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리아스마트시티 관계자는 “일부러 합작법인을 설립했는데 이를 건너뛰고 최대주주나 모기업과 직접 계약을 맺자는 것은 국제관례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상 관계자는 “양측의 감정 대립이 심각하다”며 “두바이 측이 인천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단신도시와 멀지 않은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서구 마전지구 등 주변 지역 주민들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검단 스마트시티 개발 호재를 앞세워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는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인천이 검단신도시 개발을 내놓은 게 거의 10년 전”이라며 “이번에도 사업이 깨질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조수영/문혜정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