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 LH가 낸 현상변경 재신청안 부결

2009년 중단된 경기도 화성 태안3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재개하려던 LH의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2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는 지난 1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어 화성 융릉과 건릉(사적 제206호) 주변 태안3지구의 현상변경 재신청안을 심의해 "역사·문화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문화재위원회는 회의에 앞서 9월 30일 태안3지구 안팎에 걸쳐 있는 정조 초장지(初葬地·첫 왕릉터), 초장지와 관련된 건물인 정자각(丁字閣), 참도, 재실(齋室) 유구(遺構, 건물의 자취) 등을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개발지구 내에 포함된 정자각, 재실, 비각(碑閣)의 보존이 논란이 됐다.

조사위원들은 "초장지 관련 유구 보호와 인근 저수지 유적인 만년제 방향으로의 경관 관리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LH는 태안3지구내 문화재 보호방안을 마련, 문화재위원회의 재심을 받아야할 상황이다.

LH는 화성시와 협의해 새 개발계획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1998년부터 추진한 화성 태안3지구 택지개발사업의 골자는 안녕동과 송산동 일대 118만8천㎡를 개발해 아파트와 단독주택, 한옥 등 4천200가구를 짓는 것이다.

학계와 불교계, 시민단체들은 개발부지 주변에 사도세자와 정조의 무덤인 융릉과 건릉, 정조가 건릉으로 천장하기 전 묻힌 초장지, 정조가 융릉을 조성하면서 원찰(願刹·망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한 사찰)로 중창한 용주사, 정조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축조한 만년제 등이 있다는 이유로 줄곧 사업을 반대해 왔다.

지난 2007년에는 태안3지구 안에서 초장지 재실 터와 건물지 등이 발견됐고, 문화재위원회가 이곳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에 포함할 것을 문화재청에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2011년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융건릉 경내 동남쪽 경계 부분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정조의 초장지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냈다.

이곳에서는 철(凸)자 모양으로 판 묘광(墓壙·무덤 구덩이), 백자 명기, 백자 항아리, 난간석 하부 지대석 등이 나왔다.

그러다 지난 5월 LH가 오랫동안 사업 철회를 요구해온 용주사와 합의하면서 개발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다시 문화재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한국고고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남규 한신대 교수는 "융건릉과 정조 초장지 유적은 정조가 실천한 효의 정신이 발현된 곳"이라며 "문화재청은 융건릉과 수원 고읍성(古邑城) 등 태안3지구 주변 지역의 학술조사를 조속히 착수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