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사진=김하나 기자)
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사진=김하나 기자)
[ 성남=김하나 기자 ]스테이케이션, 핏사이징, IOT(사물인터넷)하우스….

이제는 대기업의 입사시업에 등장할 정도로 '핫'한 경제 신조어가 됐지만, 출발은 하나같이 그녀의 '입'이었다. 단순히 아파트를 짓기보다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제시하고 이에 맞춘 집들을 선보이고 있는 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49·사진)다.

피데스개발은 국내 대표적인 디벨로퍼(부동산개발회사) 중 하나다. 시행사로 참여하다보니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형이 '유난히' 다양한데다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유닛이 많고 선택이 다양하다면 피데스개발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행했던 사업으로는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삼송역'과 '평택비전2차 푸르지오'가 있다. 지난 3월 공급된 힐스테이트 삼송역은 주거용 오피스텔임에도 평균 11.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단기간에 100% 계약을 완료했다.

김 상무는 기획에서 설계, 분양소장까지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투자' 보다는 '주거'에, '현재'의 생활 보다는 '미래'의 라이프 스타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남들보다 앞선 주거공간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녀의 입과 손끝을 통해 현실화되는 셈이다.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구미동에 개관한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의 모델하우스에서 그를 만났다. 모델하우스부터 남달랐다. 커브드 스크린에 쏘아올린 다양한 하늘 모습과 집의 완성형을 체험할 수 있는 VR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913번지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8층, 총 280실로 구성된다. 전용면적별로는 △81~84㎡ 276실 △43㎡~54㎡ 4실 등이며 주택형은 20개 타입이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모델하우스에 3개의 유닛이 마련됐다.
[김하나 기자의 시선집중! 이사람]아파트 신조어 그녀의 '입'에 달렸다…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
- 최근 주거용 오피스텔, 이른바 아파텔의 분양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올해 공급하는 3개단지 중 2개가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작년까지는 주로 아파트, 주상복합단지였지만 이제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줄면서 자투리 땅을 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앞으로는 노후 도심지 대상으로 '도시재생'이라는 거대한 물결과 더불어,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지구의 남은(못생긴) 자투리, 이른바 '인필(Infill)개발'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 개발이 완료된 줄 알았던 판교신도시에서 공급된다는 점이 의외였다.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의 경우는 판교신도시에 남아 있는 거의 마지막 부지다. 완성 단계에서 8층 이하의 설계제한 등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있어서 개발이 여러차례 무산됐던 땅이다. 입지특성과 미래 트렌드를 반영한 설계를 적용하면서 분양까지도 가능해졌다. '인필개발'의 새로운 유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제한이 많았던 사업지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하다.

"판교 지역은 신규 공급이 거의 없고 중소형 주택 비중이 낮다. 젊은 신혼부부나 은퇴 후의 노부부를 타깃으로 소형 주택으로 구성했다. 부지 특성을 활용해 모비우스 띠를 형상화해 외관을 디자인했다. 층수 제한은 있었지만 층고 제한은 없었다. 3m 이상의 높은 거실 천장고 등이 도입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비스듬한 땅의 모양을 활용해 집안 내부에서 수납공간이나 특화된 욕실설계 등으로 활용했다."

- 가구마다 제공되는 창고나 초대형 커뮤니티 시설도 이채롭다.

"2~3인이 거주하기에 알맞는 주택형이면서도 삶의 질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커뮤니티 시설 규모만도 3000㎡에 이른다. 가족, 친구, 친척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룸을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취미실도 조성한다.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계절 창고, 코인 세탁실 등의 공간도 설치된다. 옥상정원에는 산책로와 공동텃밭도 마련된다. 전실에 LED 조명기구를 적용하고 지역 냉난방 시스템을 갖추는 등 관리비 절감에도 신경을 썼다."
[김하나 기자의 시선집중! 이사람]아파트 신조어 그녀의 '입'에 달렸다…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
실제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의 모델하우스에는 주말동안 1만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찾았다. 30~40대의 예비 신혼부부부터 은퇴를 앞둔 부부와 투자처를 찾는 이들까지 몰렸다. 이 단지는 오는 25일 당첨자를 발표하고 26~27일 계약을 받을 예정이다. 입주는 2018년 8월 계획됐다.

- 이번 분양은 지난 3월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삼송역'을 떠오르게 한다.

"사업을 대할 때의 세가지 원칙이 있다. '제로베이스, 현장중심, 역발상'이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 자신감이 있고 시장 상황이 좋다고 해도 이 원칙은 지키려고 한다. 힐스테이트 삼송역도 분양 1년전부터 여러 차례 갤럽 리서치와 현장 소비자 모니터링을 거쳤다. 소비자 니즈가 잘 반영되고 고객만족도 높은 상품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주변 경쟁단지도 많은 상황에 49층 976가구의 대단지임에도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다."

김 상무는 하나 하나의 프로젝트를 요람에서부터 키워내고 있다. 그 원동력은 2009년부터 이어온 '주거공간 7대 트렌드' 발표다. 디벨로퍼라면 미래 트렌드를 연구하고 어떤 공간이 필요할지 개발해야 하는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연구한 자료를 주변과 공유하자'는 차원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격년으로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다.

하나의 개발사업이 초기 기획단계부터 설계, 인허가, 분양 및 공사기간을 거쳐 입주사용까지 최소 3~5년이상 소요되는 긴 과정을 거친다. '하던 대로', '그 때 그 때 시장상황에 맞게'와 같이 집을 짓는 건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는 셈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사진=김하나 기자)
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사진=김하나 기자)
- 지난해 발표한 '2016~2017년 트렌드'가 어느 정도 맞다고 보는가?

"거의 맞다고 본다. 발표했던 7개의 트렌드 중에서 가장 핵심은 'BBEB 세대간 결합현상'이다. 경제력을 갖춘 60대 접어든 은퇴기 베이비부머(BB)와 그들의 자녀인 에코세대(EB)간에 다양한 형태로 결합된 주거소비 현상이 이슈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비부머(BB)들이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계속 한다고 보는 건가?

"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 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벌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은퇴 시기를 맞아 은퇴금을 종잣돈으로 굴리면서 더욱 적극적인 투자활동에 나서는 집단현상이 예상된다. 특히 결단력 있고 확신에 찬 이들 세대를 말리기 어렵다고 본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축적된 유동성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환경에서 당분간 이들의 투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현재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과열현상이 지속된다는 전망으로도 볼 수 있나?

"수급상황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시장이 다른 행태가 나타날 것이다. 강남 재건축의 경우 단기간에는 심리적인 위축감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지방도시나 수도권 일부지역은 공급 과잉으로 이미 거품(버블)이라고 생각된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올해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일부 지방도시의 공급과잉은 입주 시에 염려가 될만큼의 거품이라고 본다."

- 도시재생이 본격화되고 있는 서울·수도권의 도심지역은 어떻게 생각하나?

"서울·수도권의 도심지역에서는 이주나 멸실에 따른 주택 부족현상이 당분간 이어지리라 본다. 현재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도시재생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노후주택의 멸실 물량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숫자상으로는 공급물량이 많은데, 정작 소비자에게 집이 필요한 위치에 부족하다. 이러한 통계의 부족 때문에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인기있는 도심지역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김 상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인가?

"대학 졸업후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 17년간 근무하다가 피데스개발로 이직을 했다. 지금 피데스개발에서 내놓고 있는 주거트렌드가 알고보면 예전에 신입사원 시절부터 이야기 하고 있던 것들이다. 큰 조직에서 불가능했던 것들이 눈높이를 낮추니 가능해졌다. 살고 싶은 집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의 속성상 소비자가 살고 싶은 인기있는 입지에는 집이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인기 지역과 멀지 않고 실용적이고 깔끔한 집, 이번에 분양하는 단지에 이러한 마음을 담았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