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지지옥션)
(자료 지지옥션)
[ 김하나 기자 ]불황에 법원경매로 많은 양의 제조업 공장들이 경매 처분되고 있지만, 새 주인을 찾기 어려워 경매를 신청한 유동화 회사들이 스스로 낙찰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신청 채권자들이 도리 없이 떠안아 버리는 것이다.

18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6년 9월 ‘공장’은 총 338건이 경매에 나와 이중 114건만 낙찰됐다. 전체 3건 중 1건만 낙찰되고 있는 셈이다.

주거시설 경매 낙찰률 48.6%에 비하면 15%p가량 낮은 수치이다. 낙찰된 물건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낙찰된 공장의 약 20%가 채권자인 유동화 회사들이 스스로 낙찰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낙찰된 114건을 전수조사 한 결과 이중 약 19건(낙찰물건 중 약 16.7%)이 채권을 보유한 유동화 회사에서 낙찰 받았다. 낙찰된 114건의 총 낙찰가는 1991억원이며 이중 유동회회사 낙찰분은 429억원으로 전체 21.6%에 달했다.

금융권에서 공장을 담보로 진행한 대출에 부실이 생기면 법원경매에 넘기거나, 유동화 회사에 부실채권(NPL)을 매각하는 형태로 넘기게 된다. 부실채권을 매입한 유동화 회사에서는 경매를 진행시켜 채권 회수에 들어간다. 하지만 마땅히 입찰자들이 없어 수차례 유찰되는 경우 낙찰가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의 추락을 막기 위해 유동화 회사가 스스로 낙찰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서류상으로는 부실채권이 처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채권 유동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유동화 회사에서 해당 공장을 매입해 정상화시키기는 어렵다. 장기 보유(방치)하면서 일반시장에서 매수자를 찾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매 낙찰이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부실은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유동화 회사가 낙찰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공장 수요의 감소를 뜻한다"며 "제조업 경기 지표의 하락을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