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변동은 없지만 매수 문의 줄고 일부 지역선 매수 철회도

정부가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과열 현상이 심화하는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의 주택 수요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적인 과열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부동산 시장이 벌써부터 주춤하는 분위기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올해 집값이 급등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경우 아직 가격 변동은 없지만, 그동안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던 수요자들이 정부의 규제 방침이 알려진 이후 움츠러들면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 고분양가 논란의 중심에 선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늘은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며 "이번 주에 계약하기로 했던 분이 갑자기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며 매입 시기를 늦추거나 오늘 집을 보러 오시려던 분이 '좀 지나서 오겠다'며 갑자기 일정을 연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의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나오지 않아 가격 변동은 없지만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앞으로 아파트값이 어떻게 되겠는지 묻는 전화는 간혹 있다"고 말했다.

잠실주공 5단지를 중심으로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송파구 일대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잠실동 S공인 대표는 "며칠 더 지나봐야 정확한 영향을 알 수 있겠지만 잠실도 최근 아파트값이 워낙 많이 오른 상태라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 가격도 어느 정도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단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도 매물이 늘거나 가격이 하락하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옴츠러들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잠원동의 G공인 대표는 "잠원동 일대는 단기간에 워낙 가격이 많이 올랐고 최근에는 매물도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주까지 거래가 어느 정도 됐는데 이번 주 들어선 아직 매수 문의도 없고 조용한 걸 보니 아무래도 당분간 이런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가격이 크게 오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단지도 매수 문의가 뚝 끊기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대기자 2명이 전화해 정부의 규제가 나올지도 모르니 당분간은 지켜보겠다고 매수 의사를 철회했다"며 "정부의 정책을 봐가며 매수자들도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 강남 일대 아파트값 하락 등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거래가 둔화하는 등의 현상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어떤 규제책을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당장 호가가 내려가진 않더라도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당분간 거래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sms@yna.co.kr,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