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조합원을 모집할 땐 사전에 시·군·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또 일반 아파트가 분양공고를 신문 등에 내는 것처럼 조합원 모집공고를 별도로 내야 한다. 이런 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 강화 방안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지역주택조합은 특정 지역의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한 가구만을 소유한 주택 수요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토지를 매입한 뒤 자신들의 집을 짓는 일종의 주택 공동구매 사업이다. 조합이 사업 시행을 맡아 토지 구입 및 개발 인허가를 직접 받기 때문에 사업단계별 비용이 일반 아파트보다 적게 들어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게 장점이다.
지역주택 조합원 모집 때 분양공고 의무화
전체 가구 수 50%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해야 조합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대행사가 토지를 모두 확보하지 않았거나 사업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사례가 많아 사업 지연이나 최악의 경우 무산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은 상태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우현 의원은 지역주택조합의 무분별한 조합원 모집으로 인한 주택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역·직장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조합원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시·군·구청장에게 사전 신고한 뒤 모집공고 등 공개적인 방식을 취하도록 했다. 만약 신고하지 않고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비공개로 조합원을 모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공개모집 이후 조합원의 사망 등으로 발생한 결원을 충원할 때는 신고 없이 선착순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또 개정안은 ‘주택조합이 사업을 벌이려는 대지가 다른 주택조합의 사업대지와 중복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등에 따라 아파트 등을 건설할 수 없는 대지에 조합을 설립한 경우’ ‘조합이 부적격 업무대행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고 내용이 법에 위반되는 경우’엔 지자체장이 조합원 모집 신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주택조합 업무를 위탁받는 대행사의 업무 범위도 구체화했으며 공동사업주체가 되는 시공사(건설사)의 시공 보증도 의무화했다.

이번 개정안에 국토부는 물론 건설업체들도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이 급증하면서 무분별한 조합원 모집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지역주택조합 설립 건수는 2011년 10건(5566가구)에서 지난해 106건(6만7239가구)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달 국토부는 자격이 없는 업무대행사가 지역주택조합 업무를 하면서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업무 자격을 처음으로 규정했다. 또 주택조합의 자금 집행 및 관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감사를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조합 관련 정보공개 대상자도 조합 임원 외 조합 발기인으로 확대했다. 조합원에겐 정보공개청구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토부의 이 규정은 지난달 12일 이후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의원이 발의한 새 입법안이 1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제도가 시행되면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택조합 사업을 주로 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몇몇 지역주택조합의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전체 지역주택조합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일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제도 도입으로 사업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