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급증, 기준금리 인하도 반영된 듯
월별 기준 역대 최대폭 증가로 추정

금리 인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전세난이 극에 달한 것일까.

8월 전세대출이 급증했다.

약 1조원이 늘어 월별 증가액으로는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거의 두 배나 늘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NH농협 등 5대 대형은행의 8월 말 전세대출 잔액(잠정치)은 29조6천803억원으로 7월(28조6천981억원)보다 9천822억원 늘었다.

이는 2014년 이래로 월별 증가율로는 최대이며 지난해 같은 달(5천104억원)에 견줘서는 92.4% 증가한 것이다.

2014년 이전에는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현재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점에 비춰 올해 8월 증가액은 월별 최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13년 말 12조7천억원에서 2014년 말 17조8천억원, 작년 말 23조7천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5조원 정도씩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누적 증가액이 6조167억원으로, 작년 전체 누적 증가액(5조9천억원)을 이미 넘었다.

특히 8월 전세대출이 급증한 건 거래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전·월세거래량은 12만5천228건으로 전월인 7월보다는 13.6%, 작년 같은 달보다는 6.8% 증가했다.

또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8월 거래량으로는 가장 많았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2년 전인 2014년 8월 3억852만원에서 올해 8월 4억1천271만원으로 26.1% 뛰었다.

서울 아파트의 8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평균 74.5%고, 성북구(84.2%), 중구(81.3%), 성동구(80.7%), 동대문구(80.3%), 서대문구(80.0), 관악구(80.1%) 등은 이미 80%를 넘었다.

월급은 찔끔 오르거나 동결됐는데 전셋값은 2년 만에 1억원 이상 오르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대출 금리가 하락한 점은 세입자들의 대출에 대한 문턱을 낮췄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사철 최대 성수기인 10월에 전세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14년과 2015년에도 10월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전세대출이 급증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자금 대출의 분할 상환에 대해 전세보증료율 인하 등 인센티브를 마련, 대출자가 원하는 만큼 나눠 갚는 상품을 출시토록 독려키로 했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8월 전세대출이 증가한 건 거래량이 늘어난 게 가장 크고 저금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전셋값은 안정되는 분위기지만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전세난이 여전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