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급 축소를 통한 가계빚 억제 방침을 내놓은 다음날인 26일 서울 장위1구역 모델하우스 앞에 예비청약자들이 길게 줄서 있다. 삼성물산 제공
정부가 주택 공급 축소를 통한 가계빚 억제 방침을 내놓은 다음날인 26일 서울 장위1구역 모델하우스 앞에 예비청약자들이 길게 줄서 있다. 삼성물산 제공
주택 공급을 줄이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26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세종 등 전국 주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서울 장위1재개발구역 등 이날 문을 연 견본주택 11곳을 찾은 예비청약자는 6만여명에 달했다.

주말 모델하우스 더 붐빈다
모델하우스 개관 첫날 7000여명이 찾은 장위1구역 관계자는 “예상보다 1000명가량이 더 온 것 같다”며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 목적의 수요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6차 견본주택은 4000여명이 방문했으며 세종시 다정동 지웰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는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개관 첫날 예비청약자 5000여명이 몰렸다.

견본주택 방문자가 예상보다 더 늘어난 것은 지난 25일 공개된 가계부채 대책의 초점이 금융보다는 주택 공급 축소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요지의 새 아파트 구입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수요자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8·25 대책’을 통해 내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택지 공급을 작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일부 미분양 지역에서는 건설사의 택지 매입 전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LH가 2014년 신도시 지정을 3년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분양시장이 활황을 보였다”며 “공공택지 공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주택 실수요자들은 공격적인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래미안갤러리에서 문을 연 래미안 장위1구역 모델하우스를 찾은 주부 이모씨(41)는 “앞으로 신규 택지공급이 줄어들면 집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보고 청약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김모씨(55)도 “서울은 아직 공급과잉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8·25 대책’으로 주택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분양을 앞둔 단지 중 투자 가치가 높은 곳에 청약하고 싶어서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개관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6차’ 모델하우스를 찾은 장모씨(46)는 “택지지구 분양물량이 얼마 남지 않아 하나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에 청약을 넣고 있다”며 “공공택지 공급을 줄인다는 발표를 보고 더 초조해졌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는 공급 물량이 11만2000가구에 달하지만 최고 청약경쟁률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신영이 세종시 다정동 2-1생활권에서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 ‘세종 지웰 푸르지오’의 모델하우스에는 비가 오는데도 5000여명이 방문했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장과 신도시 택지지구는 일단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가격이 크게 올랐고 가계부채 대책 발표 전에도 매물 찾기가 쉽지 않았던 매도자 중심 시장이어서다. 서초구 반포동의 K부동산 대표도 “재건축 조합에서 어제 대책과 관련해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문자를 계속 돌리고 있다”며 “아직 호가 변동이 없지만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커지면 매물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서울 송파구·하남·성남), 하남 미사지구, 화성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전매제한 기간이 끝난 분양권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남 미사지구 D공인 대표는 “이번 발표로 기존 분양권으로 투자자가 더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윤아영/설지연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