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계약 월세주택 2년 전 대비 분석…"보증금 더 줘도 월세 인하 선호"
준전세 형태 계약 늘고, 월세 물량 증가도 원인…원룸만 올라
서초구 평균 월세 102만원 '1위'…도봉구 44만원의 2.3배


올해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 월세 세입자들이 부담한 보증금은 2년 전보다 큰 폭으로 올랐지만 평균 월세는 2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인상분만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 형태의 계약이 크게 증가한 데다 보증금은 올려줘도 월세 부담은 낮추고 싶어하는 세입자들의 성향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평균 월세가 가장 비싼 지역은 서초구로 평균 100만원을 넘었다.

24일 연합뉴스가 부동산114와 함께 올해 상반기에 계약된(7월15일 기준)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월세 주택의 보증금의 경우 평균 2억214만원으로 2년 전 1억2천516만원에 비해 62% 올랐다.

이에 비해 월세는 2년 전 평균 75만원에서 69만원으로 8%가량 낮아졌다.

도봉구의 경우 월세주택의 보증금은 2년 전 평균 4천955만원에서 현재 8천980만원으로 81.2%나 오른 반면 월세 평균은 2년 전 50만원에서 현재 44만원으로 12% 내렸다.

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도 월세주택의 보증금이 2년 전 4천910만원에서 현재 8천184만원으로 66.7% 상승했지만 월세는 2년 전 50만원에서 현재 45만원으로 10.8% 하락했다.

용산구는 2년 전에 비해 월세 보증금이 1억3천712만원에서 2억3천254만원으로 82.8% 오르는 동안 월세는 105만원에서 90만원으로 15.3% 내렸다.

최근 위례·하남 미사 등의 입주 여파로 전월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송파구는 현재 보증금이 평균 3억163만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51% 상승했으나 월세는 평균 89만원에서 69만원으로 22% 가까이 떨어졌다.

보증금과 월세 모두 오른 곳도 더러 있다.

영등포구는 2년 전 월세 보증금이 8천747만원이던 것이 현재 1억7천998만원으로 105.8% 증가했고 월세는 62만7천원에서 62만8천원으로 1천원 올랐다.

은평구는 보증금이 8천560만원에서 1억5천645만원으로 82.8% 오르고 월세도 58만원에서 60만원으로 3% 뛰었다.

면적별로는 보증금의 경우 2년 전보다 모두 상승한 가운데 전용 85∼102㎡ 이하가 1억8천959만원에서 2억9천402만원으로 가장 높은 55% 상승했다.

월세는 전용 33㎡ 이하의 원룸형만 46만6천원에서 48만2천원으로 4%가량 상승했고 나머지 중소형과 중대형은 모두 하락했다.

이처럼 보증금은 오르고 월세는 내린 가장 큰 원인은 2년 전보다 월세 주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주택 월세 비중은 평균 46%로 2년 전(42.2%)에 비해 3.9%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전세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 형태의 계약이 월세 통계에 포함되면서 보증금이 올라가고 월세는 떨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월세 주택이 증가하면서 세를 빨리 나가게 하려고 월세를 낮추는 경향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이율은 한국감정원 집계 기준 연 4.5%(5월 기준)로 2년 전 5.8%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다.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더라도 월세 부담은 낮추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보증금 인상, 월세 하락 현상의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부동산114 김은선 팀장은 "보증금을 올려주지 못한 세입자의 월세 부담은 2년 전보다 커질 수밖에 없겠지만 자녀를 키우는 일반 가정의 경우 대부분 보증금을 높여서라도 월세를 낮추기를 선호한다"며 "최근 보증금 비율이 높은 준전세 형태의 계약이 늘어나는 것도 월세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의 경우도 입주 예정자 대부분이 보증금은 최대한 높이고 월세 부담은 줄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심리적인 월세 부담액 상한선을 70만∼80만원 선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은행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2∼3%대지만 월세 이율은 서울만 해도 4∼6%에 달해 전세보증금 인상분의 일부를 대출받아 충당하더라도 월세를 낮추는 것이 세입자 입장에서도 유리하다"며 "자영업이 아닌 일반 도시근로자가 부담할 수 있는 월세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에서 평균 월세액이 가장 비싼 곳은 고가의 중대형 새 입주 아파트가 늘고 있는 서초구로 102만원에 달했다.

이는 서울에서 월세 부담이 가장 싼 도봉구(44만원)의 2.3배에 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초구의 아파트 월세도 2년 전 120만원에 비해선 15%가량 줄었다.

강남구 역시 올해 상반기 월세 부담이 평균 100만원에 달했지만 2년 전(109만원)보다는 8% 떨어졌다.

월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은 도봉구에 이어 노원구(45만원), 중랑구(47만원), 금천구(48만원) 등으로 50만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