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어느 재건축조합의 '시세 관리'
서울 강남 지역 한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조합이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인근 중개업소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아파트값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조합이 특정 중개업소에만 매물을 몰아주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다.

11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1000여가구 규모의 강남권 재건축 조합이 조합원 분양권 매물 거래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가격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조합 측은 인근 중개업소에 지난달에만 네 차례에 걸쳐 조합원이 의뢰했다는 매물 가격을 제시하며 “매매를 성사시킬 경우 조합원(매도자)이 중개수수료 외에 별도로 후한 사례를 한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중개업소에 보냈다.

이 조합은 올 상반기 입주 설명회 때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 조합에서 “시세와 달리 (호가를) 이해할 수 없는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조합이 직접 매매와 전·월세 거래를 관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희망 매매가와 전·월세 시세에 대한 설문조사도 했다. 인근 중개업소들 사이에선 “매도 희망자의 동·호수, 전화번호 및 희망 가격이 적힌 이 자료를 조합 측이 특정 중개업소 2~4곳에만 넘겨줬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4~5월까지 15억~17억원에 거래되던 이 단지 전용면적 84㎡ 주택형은 20억원 밑으로 매물이 없다. 조합 측에서 같은 주택형대가 21억원에 팔렸다는 문자를 보낸 뒤 호가가 뛰었기 때문이다. 주변 단지보다 가격이 크게 높아지자 매수자도 끊겼다는 설명이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조합 행보에 반발해 조합을 직접 찾아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측은 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강남권 최고 입지인 단지 가치를 잘 모르고 손해를 보며 매도할까 봐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가치를 더 높이려는 노력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호가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건 중개업체와 실수요자 피해는 물론 거래 공백으로 결국은 조합원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