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첫 적용 단지들에도 예비청약자 발길 이어져
건설업계, 분양시장 실수요 중심 재편에 청약경쟁률 하락 예상


정부의 중도금 대출규제 시행 이후 사실상 규제가 처음 적용되는 단지들이 주말에 공개한 견본주택에는 여전히 예비청약자들로 북적였다.

무더운 날씨에 중도금 대출규제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서인지 방문객 수는 직전 분양 단지에 비해 다소 감소한 곳도 있었다.

호반건설이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지구에 짓는 '고양 향동 호반베르디움' 견본주택에는 지난 8일 개관 이후 10일까지 주말 사흘간 1만9천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됐다.

중도금 대출규제와 폭염 주의보가 무색하게 개관 첫날부터 온종일 견본주택 입구에 150∼200m의 긴 줄이 이어지고 입장하는 데 2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안내에 발걸음을 돌리는 방문객들이 생기면서 폐관 시간이 2시간 연장되기도 했다.

분양 관계자는 "상담석에서는 아무래도 대출 관련 문의가 많지만, 우리 단지는 전 가구의 분양가가 9억원에 못 미치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중도금 대출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신건영이 전북 전주에 짓는 '전주 3차 에코시티 휴먼빌'도 중도금 대출규제에도 견본주택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말 사흘간 1만2천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됐다.

견본주택을 찾아온 방문객들은 내부 유니트를 살펴본 뒤 분양 상담을 받으면서 중도금 대출에 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분양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예비청약자가 다녀갔는데 중도금 대출규제가 최근 분양시장의 큰 이슈인 만큼 상담 내용 중에도 주로 중도금에 관한 문의가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산신도시에서 분양하는 한양 견본주택에는 8일부터 사흘간 1만5천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다산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견본주택에 2만5천여명이 방문한 것에 비하면 다소 감소한 수치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대출규제 영향으로 투자수요가 움츠러든 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줄서기에 부담을 느낀 방문객들이 직접 방문보다는 전화로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며 "실제 청약 의사가 있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모델하우스를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은 아파트 설계나 마감재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 전 주택형이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여서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시작되면서 다른 분양권을 보유한 사람들이 중도금 대출 한도를 초과하는지 많이 물어왔다"며 "가족이 분양권을 보유한 경우 건수 제한에 걸리는지 묻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시 8일에 견본주택을 공개한 화성 동탄2신도시 '제일풍경채 에듀&파크' 견본주택에는 주말 사흘간 2만명의 방문객이 예상됐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형 아파트 단지다 보니 대출규제보다는 무더위가 방문객 감소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아직 분양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당초 계획대로 8일부터 견본주택을 공개한 서울 개포 주공3단지 '디 에이치 아너힐즈' 견본주택도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현대건설 측은 주말 사흘간 1만5천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내부를 꼼꼼히 둘러본 뒤 분양가격과 분양 일자 등에 대해 주로 문의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해 대출 보증에서 제외됐지만 실제 청약 의사가 있는 분들은 여유층이 많아서 그런지 민감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듯했다"며 "일반 분양 물량도 69가구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실제 계약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과 현대건설은 일단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견본주택 공개는 10일로 종료하고 11일부터는 '사전예약제'로 전환해 방문객 수를 하루 50팀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일단 건설업계는 중도금 대출규제로 인해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투자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청약률은 예전에 비해 다소 떨어지고 비로열층은 미계약이 나올 수도 있으니 계약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가수요가 빠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이 높아지고 입주 시점에 분양권이 쏟아지는 현상도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sms@yna.co.kr,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