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상가·오피스 개발"…작지만 강한 수익형 전문 디벨로퍼들
상가 섹션오피스 오피스텔 등을 주로 개발하는 수익형부동산 전문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가 부상하고 있다. 아파트 등 주택을 개발하는 디벨로퍼에 비해 외형은 작지만 지속적으로 수익형부동산을 공급하면서 전문성과 자본력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

○수익형 디벨로퍼 전성시대

최근 왕성하게 수익형부동산을 많이 공급하고 있는 디벨로퍼는 오병환 우성건영 회장, 안재홍 안강건설 사장, 임영환 힘찬건설 사장, 이순재 정우건설산업 사장, 박문영 문영 대표 등이다.

오 회장이 이끄는 우성건영은 지금까지 40개에 가까운 수익형부동산을 선보였다. 2000년대부터 활동한 수익형 전문 디벨로퍼 가운데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몇 안 되는 디벨로퍼 중 하나다. 2000년대 시장을 주도한 수익형 디벨로퍼의 상당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우성건영은 2010년대 들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올초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 727실 규모 오피스텔 ‘미사 우성르보아파크’를 대기업 브랜드 오피스텔보다 먼저 완판(완전판매)했다. 위례신도시에서 2015년 1월 분양한 우성트램타워 상가와 우성 메디피아는 준공 전 분양률 95%를 기록했다. 2013년 서울 마곡지구에서도 오피스텔 우성르보아1·2를 각각 분양 시작 17일과 30일 만에 완판했다. 우성건영은 2015년 매출 25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동탄역 우성르보아 오피스텔(가칭) 등을 추가로 분양해 매출 3500억원을 넘어선다는 목표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이 사장은 최근 무대를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인천 논현동 한화지구에 올초 준공한 멀티플렉스 복합상업시설인 ‘라피에스타’는 분양이 거의 마무리됐다. 논현동 타운하우스(298가구)는 분양한 지 3개월 만에 200가구 넘게 팔았다. 인천 남동인더스파크에 짓는 엘아이(LI)지식산업센터는 이달 입주 예정이다. 대지 9923㎡에 지상 8층, 연면적 6만6641㎡ 규모로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경남 양산에선 초대형 복합쇼핑몰 ‘라피에스타 양산’을 공급하고 있다. 연면적이 12만7800여㎡에 달하는 복합쇼핑몰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11만1792㎡)보다 규모가 크다. 경남 지역 단일 상가로는 최대 규모다.

안 사장은 2010년대 들어 등장한 신진 디벨로퍼다. 수익형부동산 상품의 분양 영업을 하다가 2011년 안강개발을 세우고 직접 시행에 나섰다. 경기 화성 동탄1신도시에 내놓은 오피스텔(삼성시티오피스텔)을 시작으로 서울 마곡지구에서 ‘우성르보아 오피스텔’ ‘밸리오 오피스텔’ ‘럭스나인 오피스텔’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2015년 상반기 마곡지구에 공급한 오피스 ‘안강 프라이빗타워’는 직접 시공까지 맡았다. 안강건설은 경기 하남 미사지구에서 오피스텔 980실과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하남미사 안강 에비뉴수’를 분양 중이다.

임 사장은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다양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획과 건축부터 분양까지 일괄적인 시스템을 갖춘 게 특징이다. 2014년 서울 마곡지구에서 오피스텔 ‘헤리움Ⅰ·Ⅱ’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이 회사는 지난해 동탄1신도시에서 ‘동탄헤리움’(956실) 오피스텔을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올 4월 경기 부천에서 선보인 업무복합타워 ‘신중동역 헤리움 메트로타워’는 계약 시작 10일 만에 오피스텔 540실과 오피스 180실이 모두 팔렸다.

○신진 디벨로퍼 대거 데뷔

수익형부동산 1세대 디벨로퍼는 동대문 명동 등 전국에서 테마상가 밀레오레를 개발한 유종한 회장, 서울 광장동 테크노마트를 개발한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등을 꼽는다. 이들은 주로 1998년 외환위기 전후에 활발하게 개발사업을 전개했다. 이들은 모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외환위기 등 외부 충격에 쓰러졌다.

2000년대 들어선 배병복 청원건설 회장, 강일룡 밀라트 사장 등이 스타로 떠올랐다. 배 회장은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라페스타 웨스턴돔 등 대형 상업시설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지금은 일산신도시에서 테마파크 원마운트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이상 시장에서 볼 수 없는 디벨로퍼들이 많다. 2000년대 중반 분양시장 호황에 취해 땅을 지나치게 높게 사들였다가 분양에 실패한 탓이다.

2010년대 들어 40대 신진 세력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안 사장, 임 사장, 이 사장, 김대건 로비스앤컴퍼니 사장 등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디벨로퍼들은 주로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에서 수익형부동산을 선보이고 있다. 이곳 상업지역에서 나오는 상가부지나 도시지원시설용지를 사들여 오피스텔 상가 섹션오피스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일반택지는 용지 매입 인허가 등에 리스크가 많은 까닭이다.

다만 택지지구 상업용지 매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용지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게 문제다. 마곡지구 등에서 공급된 상업용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감정가격의 두 배 수준에 낙찰됐다. 토지 매입가격이 올라가면 상가 분양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받을 수 있는 임대료에 한계가 있어 상가를 분양받은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사장은 “수익형부동산 디벨로퍼가 장수하려면 분양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권을 활성화하고 계약자도 돈을 벌 수 있도록 분양가를 경쟁력 있게 책정해야 한다”며 “이런 구도가 가능하려면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저렴하게 땅을 매입하거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