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3일 촬영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일대.연합뉴스
사진은 3일 촬영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일대.연합뉴스
개포주공 1단지·잠실주공 5단지 매수 문의·거래 '뚝'
중도금 규제 피한 분양단지 견본주택 북새통…기존 미분양 물량소진 기대↑


"정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 거래 점검에 나선 이후로 이 일대 중개업소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중개업소들이 노는데 거래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죠."(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문제 지역에 대한 실태점검과 분양시장 안정화를 위한 중도금 대출규제에 나서는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시장 일대 중개업소 상당수가 실태점검 사실이 알려진 이후 문을 닫으면서 거래가 급감하고 호가도 떨어지는 등 아파트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36% 올라 상승폭이 전주(0.52%)에 비해 0.16%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수천만원씩 오르던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멈추면서 이번 주 아파트값이 0.16% 오르는 데 그쳐 전주(0.30%)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송파구도 줄곧 오름세였던 잠실주공 5단지의 호가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오름폭(0.36%→0.21%)이 둔화했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실태점검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16일 이후부터 매수 문의 자체가 끊어졌고 거래도 이뤄진 게 거의 없다.

5∼6월 중순께까지 하루 3∼4건 정도 거래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1∼2건 성사시키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보통 거래가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맞춰서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매수 문의 자체가 끊기면서 호가에서 3천만∼4천만원 이상 가격을 내려야 거래가 이뤄지면서 호가도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52㎡의 경우 지난달 초까지 호가가 13억원대에 형성돼 있었으나 현재 이보다 4천만원가량 떨어진 12억6천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용면적 42㎡의 경우 지난달 실태점검 직전 호가가 9억7천만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9억5천만원으로 호가가 2천만원가량 떨어졌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과열지역 실태점검에 중도금 대출규제까지 이뤄지면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인식돼서인지 투기수요뿐 아니라 내 집 장만을 하려는 실수요자들까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달 분양 예정이던 개포주공 3단지 분양 결과에 따라 이 일대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중도금 대출규제로 분양이 연기되면서 당분간 이 일대는 가격이 안정되거나 조금 하락하는 분위기로 돌아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근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집값이 급등했던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도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수 문의가 급감하고 거래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호가에 큰 변화는 없지만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며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의 호가는 여전히 13억7천만∼14억원이지만 거래가 이뤄지려면 3천만원 정도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브렉시트 여파로 세계 경기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매수세가 움츠러들면서 이 일대 집값 오름세도 살짝 꺾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1인당 2건 이하, 보증 금액이 수도권과 광역시 6억원 이하, 지방은 3억원 이하로 제한되고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서 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분양 단지나 미분양 물량을 소진 중인 기존 단지는 예상치 않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중도금 대출규제는 일반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에도 적용되면서 분양을 앞둔 단지 간에도 벌써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분양가로 관심을 끈 강남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의 적용을 받게 돼 고민에 싸인 반면 동작구 흑석뉴타운에 들어서는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하임'은 규제를 받지 않는 단지로 관심을 끌며 지난 1일 견본주택 개관 첫날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아크로리버하임 견본주택은 비 오는 날씨에도 첫날에만 방문객 1만500여명이 다녀간 데 이어 이튿날 1만3천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규제가 최근 내 집 장만을 고려하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여서인지 중도금 대출규제가 적용되는지 묻는 방문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GS건설이 지난해 경기도 오산시 세교택지지구에서 분양한 '오산세교자이'는 지난달 말 주당 평균 40여 건의 잔여 물량이 계약되는 등 최근 별다른 판촉활동이 없어도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5월 말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한 '스카이시티자이'도 잔여 가구 선착순 분양에 들어간 가운데 중도금 대출규제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마지막 주에만 40여가구가 팔려나갔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과열지역 실태점검과 중도금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상승세가 완전히 꺾이거나 급격한 가격조정이 이뤄지기보다는 숨 고르기나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인 것 같다"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으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