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억원 초과 분양주택에 대해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하면서 가장 작은 주택형(전용면적 59㎡)의 분양가도 9억원을 넘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한경DB
정부가 9억원 초과 분양주택에 대해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하면서 가장 작은 주택형(전용면적 59㎡)의 분양가도 9억원을 넘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한경DB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9억원 초과 분양주택의 중도금 대출에 대해 보증을 해주지 않기로 한 것은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과열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강남권 집값 폭등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가수요자의 무분별한 청약을 막아 분양주택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효과도 겨냥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런 조치가 부동산시장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일부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서울 강남 일부 아파트의 청약 과열이 전체 시장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며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은 강남권 일부에 불과해 부동산시장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중도금 대출 어려워진 강남 재건축…고분양가 행진 멈추나
○고가주택 중도금 대출 규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중도금 대출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아파트 계약자는 중도금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이미 보증 대상을 제한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와 HUG 외에는 중도금 대출 보증 상품을 취급하는 곳이 없어서다. 건설회사의 연대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건설사들이 부채비율 급증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위원은 “고가 주택을 사려면 청약자에 대한 개별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중도금 집단 대출을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스스로 은행 등 금융권에 자금조달 능력을 소명하고 다른 대출을 이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3.3㎡당 평균 분양가가 4000만원 안팎이던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아파트가 이번 대책의 사정권에 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올 들어 사상 최고 분양가(3.3㎡당 평균 4290만원)를 기록한 서울 잠원동 신반포자이(옛 반포한양아파트)는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10억원, 84㎡ 분양가는 14억원을 훌쩍 넘었다. 앞으로 이런 주택을 살 때 중도금(60%)에 해당하는 6억~8억여원을 집단대출로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수도권 일부 신도시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경기 성남·하남, 서울 송파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는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일부 9억원을 넘는다.

그렇지만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는 분양주택은 전체의 1%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5월 전용면적 85㎡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서울 7억4200만원, 수도권 4억8200만원, 지방 2억4000만원 등이다. 올 1~5월 HUG 중도금 대출보증을 받은 주택 가운데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전체 보증 건수의 1.6%에 불과했다.

○승계자도 횟수 규제 받아

국토부가 HUG 중도금 대출의 1인당 보증 횟수를 2회로 제한함에 따라 개인별 보증 횟수 해소 기준도 관심이다. 2회는 특정 시점에서 누적 기준이다. 현재 대출 보증을 한 건 받고 있다면 다음달 1일 이후엔 한 건만 더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앞서 받은 대출 보증을 해소한다면 한 건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다. 대출 보증 해소 기준은 △분양권을 합법적으로 전매해 분양권에 딸린 중도금 대출보증도 함께 넘기거나 △입주 시기가 다가와 잔금을 치를 경우(중도금 대출이 개인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될 경우) △중도금 대출을 일시 상환할 경우 등이 해당된다.

중도금 대출 보증 횟수 기준은 분양권을 사고팔 때에도 적용된다. 다음달 1일 이후 주택을 분양받고 HUG 중도금 대출보증을 받은 다음 이를 전매할 때 분양권 구매자가 이미 두 건의 HUG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고 있다면 보증 횟수 제한 초과로 중도금 대출보증을 승계할 수 없다. 이 구매자가 이미 받은 중도금 대출을 개인 대출로 바꾸면 횟수 제한이 해소되기 때문에 분양권을 살 수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